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경제위기(1)
당황하는 호랑이들
(The Economist지 최근호(98년 3월 7-13일자)는 "Frozen Miracle"이라는
제목으
로 동아시아경제탐구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이를 전문번역하여 시리즈로 내보
낸다. <KOTRA 홈페이지 "세계
1000대 기업 DB 게재>)
- 30년간의 돌풍같은 성장기가 끝나고 지금 동아시아 타이거 경제국 대부
분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
아시아의 경제기적은 이제 끝난 것일까? 필자
인 이코노미스트지의 Pam Woodall 기자는, 해당국 정부들이 과거의 나쁜
버릇만 고치면, 기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
동 아시아 수도 도시들의 스카이라인을 채우고 있는 비까번쩍하는 고층건물들은
이 지역의 경제적인 성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였었다. 말레이시아 사람들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가졌다고 자랑을 했었고, 방콕의 은행원들은 시내에
우뚝 우뚝
솟아 있는 타워 크레인을 빗대어 학(크레인)이 태국의 국조(國鳥)가
되었다고 농담들을 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고층 기념물들은 그들의 무절제한 낭비를 증언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학(크레인)은
빈둥거리기만 하고 호화로운 오피스 빌딩과 고급
아파트 동네들은 텅텅비어 있다.
방콕에서는, 부랴 부랴 건설하던 시내와 공항을 잇는 간선도로와 철로가 반쯤
만들다가 내팽개처져 그들의 콘크리트
몰골들이 마치 로마의 폐허를 방불케 하
고 있다. 동 아시아의 경제 기적은 이제 과거지사가 되고 있는 것일까?
만약 어떤 사람이 1년 전에 인도네시아나 한국 및 태국에 가서 이 나라들이 곧
IMF에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구걸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
그 나라 사람들은 아마도 그를 미친사람 취급을 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이, 국제 금융계에서 항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
리카와는 전혀 다르다며, 이들의
경제정책을 항상 칭찬해 마지 않던 동 아시아의
현재의 얼굴이다.
동 아시아가 이룩한 지난 30년간의 평균 성장률 8%(1인당 5.5%)는, 국내에선 자
존심의 근간이었고,
해외에선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지금까지 세계 어느 지역의
경제도 이토록 장기간 고도성장을 이룬 예가 없었다.
네 마리 원조(原祖) 타이거 경제국들(홍콩, 싱가폴, 한국 및 대만)은 그들의 경
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
올렸고, 후발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지아 및 태국은
잽싸게 그들을 뒤쫓아가고 있었다. 이 지역 경제규모가 미국이나 유럽을 앞지르
게
된다는 "아시아의 세기"에 대한 얘기들도 심심찮게 인구에 회자됐었다.
그러나 이를 어쩌랴. 통화가치와 주가는 곤두박질 쳐 이 지역의 경제기적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고, 이젠
어떻게 하면 다시 살아 날 수 있는가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처지가 돼 버렸다.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는 최고 80%까지, 태국, 한국, 말레이시아 및 필리핀의 통
화는 최고 35% -
50%까지 떨어져, 자국통화의 가치로 미루어 보아 이 나라들이 외
채를 과연 갚아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5개국의
주식시장
역시 97년초에 비해 달러로 계산하면 적어도 60%나 떨어졌고 홍콩과 싱가폴의 주
가 역시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올 들어
주가가 다소 회복했지만 이 지역 GDP의 5
분의 2에 해당하는 약 6천 억 달러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 꺾인 자존심
금융위기는 이제 거의 끝나는 것 처럼 보인다. 통화가 안정을 되찾고 주식시장도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이제 겨우 시작되었다. 음력 1998년은 호랑이
해이지만, 그러나 이 지역에는 달팽이의 해보다도 못한 해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30년 만에 처음으로 동아시아 타이거 경제국들(중국과 일본을 제외하고)은
평균 1%의 성장률로 선진국들
보다도 더 낮은 성장을 보일 것이다. 인도네시아와
한국 및 태국은 고금리로 인한 투자 및 소비저조로 심각한 불황에 빠져들
것이다.
금융시스텀이 정화될때까지는 새로운 외자 차입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이며,
그래서 대부분 국가들의 GDP
성장은 빨라야 2000년까지는 약세를 면치 못할 것이
다.
아시아인들은 쇼크를 받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아시아적 가치의 우월성에
대한 소리가 쑥 들어가 버렸다.
한국과 태국 정부는, 외채를 갚는데 일조를 한다
는 명목으로 국민들의 금 모으기 운동을 부추겼다.
방콕에선 전에 졸부로 거들먹거리던 사람들이 벤즈 승용차와 유명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가지를 중고품시장에 팔아
부를 줄였다. 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공항
에서 "Amazing Thailand Grand Sale"이린 깃발을 든 일단의 사람들에게
환영을
받는다.
일부 서방 사람들은 "아시아 경제모델"이 이젠 죽었다고 단언하며 "내 진작부터
그럴 줄 알았다."고들 고소해
한다. 그들은 늘 아시아의 기적은 허상이라고 말해
오던 터였다. 아시아의 급성장은 정부가 일부 기업들에게 특혜를 주어 집중투자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정부와 은행과 기업들간의 유착관계로 인해 시장의 힘이 비지네스에 미치지 못하
고 차단돼 과도한 차입과 자원의
낭비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일부 관측자들은,
라틴 아메리카가 80년대 초 외환위기 후 장기간의 침체로 빠져든 것 처럼 지금
동아시아의
성장은 10년 쯤은 허송세월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 대한 객관적 확실성을 말한다는 것은 바보스런 일이지만, 그처럼 어두운
전망을 하는 것은 분명히
시기상조다. 동아시아 정부들이 현명하게 대처하는 한
그들의 경제는 다시 강력한 성장세로 되돌아설 수 있다.
사실 그들의 대부분은 그들의 지나친 성공의 희생자들이다. 90년대 수년간의 놀
라운 성장이 외국 투자가들에게
매력으로 비쳐 그들 사이에서 동아시에 대한 투
자부움이 일었고, 당사국들에선 이게 웬 떡이냐 싶어 겁없이 방대한 외국자금을
끌어
들였다. 최전성기 때 끌어들인 민간 외자규모를 보면, 말레이시아가 93년
에 GDP의 17%에 달했고, 태국은 95년에 GDP의 13%에
이르렀다.
절대로 영구히는 계속될 수 없는 과잉차입, 과잉투자였다. 급속한 성장은 부적절
한 금융관행, 투명성 결여 및
이 지역 특유의 정실주의와 같은 은밀한 구조를 만
들어 취약성이 잠복하게 되었고, 이것들이 과다한 차입과 결합되어 위험수위에 이
르게
되었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의 계속된 성공이 마침내 자기만족에 빠져들게 하여, 각국 정
부들은 금융위기의 첫 징조가
보였음에도 그 대처에 태만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은, 동아시아 위기를 개발의 초기단계에서 이들 국가들을 때때로 괴롭
힌 금융불안의 또 다른(그리고
특히 심각한) 실례로 만들어주었다. 경제발전은
절대로 스트레이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상식
과는
달리 동아시아 타이거들은 전에도 많은 문제점들을 노정한 적이 있었다.
한국은 80년에 GDP 성장이 3%(마이너스 5.4%? - 옮긴이)까지 떨어졌었고, 인도네
시아와 필리핀은
83년에, 그리고 말레이시와 싱기폴은 85년에 금융위기로 타격을
입었다. 대만 역시 89년에 은행위기를 겪었다. 그 때마다 미래는
암담했었지만,
그들은 결국 다시 일어섰던 것이다.
그래서 동아시아국가들은 또 다시 일어설 여러 기회가 있겠지만, 그러나 이번에
는 지난번 보다는 고통이 길 것
같다. 아래 3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종전 경우와는 달리 타이거 국들 거의 모두가 동일한 시기에 위기에 빠져
들었다는 점이다. 그들
상호간의 교역 포션이 크기 때문에 그들이 함께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은 그들 각각의 문제점들이 서로 확대재생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국제적인 자본자유화 덕분에 현재 동아시아국가들은 10년전 보다 훨씬
규모가 큰 외채를 짊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그리고 셋째는, 이것이 가장 우려되
는 점인데, 과거의 정부들은 위기를 다루는데 꽤 숙달돼 있었던 반면, 지금은
여러 나라
정부들의 대처방법이 더욱 정치적이 되었고, 덜 효율적이 되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는 또한 자기들의 잘 못된 정책이 경제를 망쳐놓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마하티르 모하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외국인 투기
자들을 범죄자 내지 정신병자로 몰아세워 거국적으로, 때로는 국민들에게 강제
로
비난하게 하는 바람에 외국 투자자들의 기를 꺾어 놓았다. 지난 해 한 비판
적인 경제보고서를 낸 바 있는 태국의 어떤 외국은행 연구소
책임자에게 우편으
로 잘라진 개머리가 배달됐다.
<> 가장 어두운 시절
동아시아의 우울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깊어져가 더 많은 기업들과 은행
들이 무너지고 실업률과 물가는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가장 우려가 되는 곳은 인도네시아로, 이 곳에는 식량부족과 초고인플레이션으
로 주민들 사이에 패닉현상이
일어나 생활필수품 사재기와 일부지방에선 유혈폭
동이 일어나고 있다.
반 화교감정이 바야흐로 폭발점을 향해 가고 있는데, 화교주민수는 인도네시아
인구의 3%에 불과한데 비해 국부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처럼 이 나라는 동
아시아국가들 가운데서도 가장 고약한 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는데, 아직도 정부
의 대응은
현실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위기는 현재 정치위기로 악화돼 가고 있다. 경제도약을 이루
면서 국민들은 부패와 권위주의적
통치를 참아왔지만, 그러나 그러한 경제적인
선물이 계속 공급되지 않으면 그들은 그것들을 더 이상 용인하려들지 않을
것
이다.
한국은 위기가 정권교체기와 맞물렸고, 태국에선 정권교체로 이어졌다. 아직도
인도네이사에선 76세의
수하르토대통령이 3월 1일부터 시작되는 대통령 새 임기
를 위한 "선거"에서 그의 출마를 단념케 하려는 시도에 강력하게
저항했다.
가장 심각한 위기는, 깊은 불황이 전국적인 인종폭동과 사회적 및 정치적 질서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글로벌리제이션의 역행과 서방사람들의
공분을 자아낼 수 있다.
만약 궁지에 몰린 동아시아 정부들이 자본을 타이트하게 컨트롤 함으로써 사회
적불안에 대처하려 하든가,
외국부채에 대해 모라토리움이라도 선언하게 되면,
아시아는 국제자본으로부터 진짜로 버림을 받아 장기간 스테그네이션에 빠지는
"10년
허송세월"의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정부가 IMF가 요구하는 개혁을 성실히 받아들여 금융시스텀을
재조정하고 그들의 경제취약점 -
부적당한 은행관례, 지나친 정부의 간섭, 부
패 및 투명성 결여 - 을 개선하기 시작한다면 다시 강력한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경제는 아직도 세계 다른 지역에 비해 몇가지 중요한 경제적 잇점을
갖고 있다. 특히 그들의 높은
저축률과, 금융위기가 왔음에도 여전히 살아있는
그들의 강력한 수출력등이 그러하다.
하지만 현 위기는 고금리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개인적인 페이버 때문에 그들의
저축이 투자되는 방법상의 문제에서
뿌리깊은 결점을 노정시켰다. 그러한 잘못된
정책은 위기를 증폭시켰고, 만약 그냥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성장에 해를
끼칠
것이다.
동아시아는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성제고를 위하여 더 효율적인 금융 시
스텀과 기업경영의 개선이
필요하다. 올 해 크게 늘어날 기업들의 파산과 자산
가치의 하락은 나쁜 소식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사실 이제사 시장의 힘이
미
치기 시작한 것이다.
타이거경제는 90년대 초의 현기증나는 성장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태국농협회장인 반툰 람삼씨는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시아
경제는 위험할 정도로 지나치게
과열됐기 때문에 앞으로 낮은 성장률이 꼭 나쁜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 정부가 그들의 경제질서를 바로잡게 된다면, 동 아시아
의
성장률은 다음 10년 동안 5-6%는 될 것이다. 이것은 지난 10년간의 7-8% 보다
는 낮지만, 그러나 이 성장은 균형이 맞고 더욱
튼튼한 경제를 이룩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선진국들의 성장보다는 아직도 2배는 높은 것이다.
조심스런 낙관을 할 만한 이유는 많이 있다. 동 아시아의 현재의 고통은 종전의
성공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한 성공 자체가 크게 잘 못 인식돼 온 것
이다.
이번 동아시아에 관한 본지의 특집 연구는 그들의 성공에 관한 많은 옛 신화를
벗겨 낼 것이다. 그 신화 속에는
동아시아경제가 고도의 유연성을 갖고 있으며,
잘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 그리고 고도의 투자는 항상 고도의 성장을 가져 온다
는
(잘못된) 믿음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신화 가운에서도 가장 유
명한 신화는 "아시아적 경제모델"이라는 단순한 신화 바로
그것이다.
동아시아경제는 구조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인 시스텀에서 일반적인 그것과는 크게
다르며 아주 색다른 정책을 써
왔다.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는 노골적으로
정부가 경제에 간섭을 했고, 홍콩은 유연성을 그리고 태국은 어느 정도의 유연성
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동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도 일부 국가들은 다른 국가들
보다 전망이 좀 더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운 좋게도 이번 위기는 겉보기에는 불행한 행복으로 증명될 지도 모른다. 일부 경
제학자들은, 수년간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그들 경제의 비 효율성을 경고해 왔었
다. 그러나 경제가 계속 부움을 이루고 있는 동안 그러한 경고에 주의를
기울리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동아시아 각국 정부들이 이번 위기를 개혁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기회로 삼는 일이다. 그러나
우선 그들은 그들이 지금껏 무엇을 잘 못해 왔
는가를 정확하게 알아 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부움(boom)에서
글룸(gloom)으로
┌──────────────────────────────────┐
│ 국명 96년
1인당 GDP 성장률 │
│ 국민소득
70-96 평균 97년 추정 98년 추정 99추정│
├──────────────────────────────────┤
│
중국 US$ 3,120 9.1% 8.9% 6.3% 7.5% │
│
홍콩 25,400 7.5 5.1 1.8 3.8 │
│ 인도네시아
4,280 6.8 5.4 -5.2 2.9 │
│ 말레이시아
9,703 7.4 7.4 1.6 1.8 │
│ 필리핀
3,060 3.6 4.8 1.9 4.0 │
│ 싱가폴
25,650 8.2 7.6 2.7 5.0 │
│ 한국
12,410 8.4 5.6 -2.5 1.7 │
│ 대만
17,720 8.3 6.3 5.0 5.7 │
│ 태국
8,370 7.5 -0.7 -4.0 3.7
│
├──────────────────────────────────┤
│ 선진국평균 22,700
2.7 2.8 2.6 2.6
│
└──────────────────────────────────┘
자료원: World Bank, OECD, EIU, 1인당
국민소득은 구매력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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