解放前 雜誌記事 모음

感謝와 謝罪 - 李光洙

이강기 2015. 9. 15. 22:06
잡지명 삼천리 제8권 제12호
호수 제8권 제12호
발행년월일 1936-12-01
기사제목 感謝와 謝罪
필자 李光洙
기사형태 문예기타

나는 지금 설흔 살이외다. 스물 아홉 번째 생일을 이별의 눈물로 지낸 지가 보름이나 되었으니 아직도 서양 나히로는 29세 15일에 지내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서양 나히로는 설흔 살, 곧 만 30이 되려면 오히려 11개월 반, 305일이나 남었읍니다. 작년 한 그믐날밤을 나는 감기로 상해 동아여관 6층 방에서 혼자 새면서 내일부터는 설흔 살이다 하여 여러가지 새로운 결심을 하였읍니다. 공자님은 설흔 살에 뜻이 섰다 하섰고 예수께서도 설흔 살에 나사렛 목수의 집을 떠나 요단강의 갈대 밑으로 요한의 세례를 받으러 나오섰으니 나도 설흔 살부터는 곧 내일부터는 나의 일생의 뜻을 세우고, 사업을 시작해야 하겠다...이러한 생각을 하였고, 밤 열 한시나 지나서 목욕통의 끌는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내며 때를 씿을 때에는 원컨댄 내 몸과 맘속에 쌓였든 모든 더러운 것과 원치 않는 것이 이 땀을 딸어 때를 딸어 모다 씿겨지고 새해 첫날부터는 어머니의 배로서 이 세상에 떨어질 때와 같은 깨끗한 아기가 되여 나로는 복된 생활을 하고 세상에는 기쁨을 주는 일꾼이 되도록 하여주소서 하고 진정으로 빌었으며, 목욕하고 나서 방에 돌아와서 식은 차를 마시며 지난 일 앞일을 두루 생각하다가 마츰내 감격을 이기지 못하여 방바닥에 업드려 29년 동안의 모든 죄를 하느님께 뉘웃고 새로운 깨끗함을 주소서 할 때에 뜨거운 눈물이 흘렀읍니다. 이러다가 새벽 넉점이나 되어 잠이 들었더니 아츰〈89〉 9시나 되어 깨어본 즉 어제ㅅ밤 땀과 눈물에 감기도 다 흘러가고 맘까지 가든하여 여관 문을 나서면서 「아아 오늘은 나의 어룬되는 생활의 첫날이다」하고 부르짖었읍니다.
이리하여 어룬의 새 생활을 시작하였더니 그리한 지 달 반이 못하여 나는 지금까지에 지어오든 모든 사업과, 가저 오든 모든 친구와, 하려고 하던 모든 흉중의 계획을 왼통 버리지 아니치 못할 일이 생겼읍니다. 그래서 나는 이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상해를 떠나 일생에 다시 밟지 못하리라하였던 사랑하는 고국의 서울, 종남산 남편 기슭 조그마한 초당에 약 1년간 숨은 몸이 되어 그야말로 새로새로 모든 것을 다 새로 시작하지 아니치 못 할 몸이 되었읍니다.
이런 까닭으로 나는 두어 달 전 한 그믐날 작정을 취소하고 서양 나히를 표준으로 하여 명년 2월 22일에서부터 설흔 살이 되기로 하고 지금은 상학전 시간과 같이 설흔 살 전의 휴가로 삼어 모든 친구며 세상의 모든 일과 관계를 끊고 혹은 멫 기슭 강가로 돌아다니면서 자연의 어머니의 이야기와 노래도 듣고, 혹은 고요한 방 속에 혼자 앉어 눈을 감고, 지난 일 오는 일이며 우주와 인생에 대한 묵상도하고, 혹은 책을 보며 운동도 하여 일생에 쉴 틈을 얻지 못하여 피곤하고 여윈 몸과 맘의 건강도 회복하고 무엇보다도 「우리 둘」(사랑하는 안해와 나와)이 살어 갈 앞날의 모든 계획도 세우고...일언이 페지하면 오는 250일의 휴가 중에 나의 일생의 모든 준비를 하기로 한 것입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힘을 나리셔서 이 모든 어린 계획이 실현되게 하실줄을 믿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숨은 생활, 퍽 세상의 의혹과, 오해와, 비난을 받을 이 생활을 더할 수없이 행복되게 여깁니다. 웨요? 이 생활은 그가 지어준 것이니까요. 그가 손소 지은 옷을 입고, 손소 꾸민 이불을 덮고, 그의 왼생명을 다 받치는 뜨겁고도 깨끗한 사랑 속에 푹 쌓여서(비록 서로 떠나 있지마는) 희망의 가뜩한 새생활의 계획울 짓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번 「휴가」에 우에 말한 모든 것외에 꼭 한 가지 더 해야할 일이 있으니 그것은 곧 이 글을 씀이외다.〈90〉 내가 어룬로의 새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꼭 이 일 하나는 하여야할 것인데 크게 하는 일 없이 항상 바뿌던 몸이 마츰 이 기회를 얻었으니 이는 나의 이 큰 의무를 다하기 위하여 하느님께서 내게 주신 것이라고 할 수밖에 없읍니다. 게다가 그가 「꼭 이번에 무엇을 하나 쓰서요. 평론은 남의 시비를 듣기 쉬운 것이니 아직 쓰지 말고 소설을 하나 쓰서요.」하고 이번에는 힘을 들여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라하며, 평생 한적한 기회를 찾었으니 이만한 기회에 좋은 작품을 맨들지 못하면 네 힘을 알 것이라 하여 책려함이 심히 엄합니다. 그러고 나의 지배인되는 그의 말슴에, 제 일을 쓰는 것은 동정을 잃기 쉬우니 그것은 늙은 뒤에 쓰기로 하고 지금은 저를 재료로 아니하는 것이 좋다고까지 하여 나의 이번기회에 쓸 글의 범위는 퍽 제한이 되었읍니다. 곧 소설을 쓸 것. 그리하되 내 생활을 재료로삼지 말 것 이것이 그의 제한입니다. 그러면 나는 어찌하면 이 두 가지 요구―내가 어룬 생활에 들어가기 전에 꼭 하여야 할 것과 나의 지배인의 요구와―를 좋화할가.
이것을 알려면 먼저 내가 어룬이 되기 전에 꼭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말슴해야 할것입니다. 나는 격언그대로 「벌거벗은 몸」으로 세상에 왔읍니다. 부모도, 형제도, 재산도 없는 몸이 11살에 광야에 길 잃은 어린 양모양으로 세상에 내어던 짐이 되므로부터 20년 동안에 꼭 세상 여러 사람의 애정과 은혜 속에 지금까지 살어왔읍니다. 내게 있는 것이 없으매 내가 남에게 준 것은 하나도 없이 20년 하로같이 남에게 받어만 왔읍니다.
나의 잔뼈, 굵은 뼈, 살 한 점, 피 한 방울, 머리털억 끝까지 모두 여러 고마운 이들의 은혜를 생각할 때에 내 뼈가 자릿자릿합니다. 친부모나 형제나 같으면 잘났거나 못났거나 혈속의 정으로 나를 먹디기도 입히기도, 귀애하기도 하려니와 부모도, 형제도 다 타지 못한 나를 무엇이기에 생면 부지하는 여러분들이 이처럼 먹여주시고, 입혀주시고, 공부시켜 주시고, 담배 사주시고, 어데 간다면 차비와 선비주시고, 오면 반가히 맞어주시고, 떠날 때에는 눈물로 작별을 하여 주셔서 오늘날까지 살아오게 하십니까. 아아 생각스록〈91〉 감격의 눈물이 흐를 뿐입니다.
그렇거늘 어리석고 맘이 약하게 생겨난 나는 항상 나를 사랑하여 주시던 여러 은인에게 실망의 슬픔을 들였읍니다. 푹 1년 이상을 한곳에 자리잡지 못하고 이리뛰고 저리뛰어 받든 은혜와 사랑을 중도에 저버린 일이 많읍니다. 그이들이 그 때마다 얼마나 나를 「은혜 모르는 괫심한 놈」, 「아모 일도 하지 못할 놈」이라고 원망하시리까. 과연 나는 아무 것도 일러놓은 일이 없읍니다. 학교에 교사가 되었으나 교육가도 되지 못하고, 대학교에 공부를 보내주신 은인이 있었으나 그것도 맞추지 못하고, XXXX에 참례하였으나 그것도 중도에 버려버리고 글을 지어보았으나 문사도 되지 못하고, 30평생에 먹고 살만한 재산은 커녕, 의식을 얻을만한 아모 기능 좇아 가지지 못하였으니 이런 못난이가 어데 있읍니까. 아아 여러 은인의 은혜와 사랑이 헛된 데로 돌아갔읍니다.
그러나 은인 여러분! 과히 낙망은 맙시요! 나는 이제 스믈 아홉살이오 또 보름입니다. 인생이 50이라도 아직 20년이 있고, 요행 70을 사는 틈에 끼인다면 40년이나 있읍니다. 나의 앞길이 결코 짧은 것이 아니요 겸하여 내 주먹에 힘이 넘치니 가슴에 정성이 끓으니 반듯이 무슨 일을 한 가지 일러 언제 한번 은인 여러분께서 노염을 푸신 웃는 얼굴로 내 손목을 잡으시고 「아 너도 버릴 놈은 아니 었고나」 하실 날이 있을 줄을 확신합니다.
그러나 나는 결코 지금까지는 이런 생각을 잊고 되는대로 못되게 살던 것이 지금 와서 번연히 지낸 허물을 깨닷고 이런 기특한 결심을 한 것이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여러 은인의 은혜는 참 감사하다」, 「아모리 하여서라도 이 은혜를 갚어야 하겠다」하는 생각은 일각도 나를 떠난 적이 없었읍니다. 다만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내 생활이 안정한 자리를 잡고 질겁게 인생의 의무인 나의 사업에 착수할 최후의 준비가 완성되었다 함이외다. 그것은 나의 사랑의 완성이외다. 이제 와서는 내게는 아무 것도 부족한 것이 없읍니다. 나는 태산반석과같은 기초 우에 세운 집이 되었고, 기름과 젓이〈92〉 흐르는 봄철의 풀판에 놓인 송아지가 되었읍니다. 그의 말슴과 같이 이러한 생활에 일생의 큰일을 못 이루면 연제 이루겠읍니까. 그러므로 이제 250일 후부터는 튼튼하고 부즈런하고 질거운 일꾼이 되리라고 확신하는 배올시다.
이 때를 당하여 나를 오늘까지 살려주고 사랑해주시던 여러 은인께 꼭 한 말슴을 드리고 싶습니다. 싶으기보다 아니하지 못할 의무가 있는 것 같읍니다. 태산같은 그 은혜는 「고맙습니다」한마디말로 갚을 것이 아니지마는 나의 아수운 맘에 「은인이어, 나는 당신의 은혜를 압니다, 그 은혜의 만일이라도 보답해 보량으로 이로부터 있는 힘을 다해서 일하겠습니다.」하는 말슴만이라도 들어야 내 맘이 편안하겠읍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여러 은인들께 감사하다는 말슴을 엿줍는 것이 장차 쓰려는 여러 편지의 첫 목적이오,
또 하나. 내가 근본 죄악이 관영한 놈이어서 지낸 29년 15일 동안에 여러분에게 죄를 지어 그네의 가슴을 아프게 한일이 많이 있으니 이것도 평생에 잊지 못하는 가슴의 아픔이외다. 죽은 뒤에 영혼이 심판을 받는다하면 그때에 내가 상당한 벌을 받으려니와 참아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으니 위선 그 여러분께 피눈물로써 사죄하는 말슴이라도 드려두어야 하겠읍니다. 그 어른들이 내 사죄의 편지를 받고 용서의 회답을 주실는 지는 알 수도 없고 믿을 수도 없지마는 나는 내 도리로 애원하는 한 말슴이라도 아니 드릴 수가 없는 것입니다. 이제부터의 나의 생활은 실로 「감사와 사죄」의 생활일 것이외다. 내 무슨 일을 한다하면 그것도 감사와 사죄를 위함. 오, 내가 기쁘게 노래를 부르거나 슬프게 눈물을 흘린다하면 그것도 감사와 사죄를 위함일 것이외다. 나는 내 몸이 무덤 속에 들어가는 날까지, 들어가는 때까지 오직 내가 지금까지 세상에서, 받은 은혜를 감사하고, 지은 죄를 뉘우칠지니 원컨댄 하느님이 내게 긴 목숨을 주사 감사의 뉘우침에 부족함이 없게 하소서 하고 빌따름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이나 세상에 내게 대한 최후의 판단은 나의 관 뚝겅을 덮는 순간에 할 것이려니와 내게 높은 은혜를 주신 여러분과, 내 죄로 인하여 가슴을 아피시는 여러분에게 위선 죄인된〈93〉 나의 충정과 결심을 말슴드리고저 이 붓을 든 것입니다.
그는 내게 소설을 짓기와, 지으되 저를 재료로 하지 아니할 것을 부탁하섰지마는 지금 내가 쓰는 것은 결코 소설이 아니인데 일은 내 일이외다. 그러나 용서할 수 없는 나의 모든 허물은 다 용서해 주신 그는 이번 간절한 부탁을 어긴 허물까지도 한번 더 용서해 주실 줄을 믿읍니다.
그러나 여러분이여, 내가 이렇게 감사와 사죄의 생활을 짓드록 몸과 맘을 인도해 준 은인은 그입이다―내 생명으로 사랑하는 안해입니다. 위선 이 글을 쓸 기쁨과 기회를 만드러 준 이도 그입니다. 내게서 세상을 원망하게 사람을 저주하는 그릇된 생각과, 뜻대로 아니되는 여러가지 고통에 자포자기의 멸망에 들어가는 위험을 덜어준 이도 그입니다. 지금 이것을 생각하는 머리와, 쓰는 손과 그것들을 다 포함하는 나의 몸과 맘이 왼통 그가 피로써 산 것입니다. 이것은 결코 애인간에 흔이 교환되는 과장적 언사가 아니오 내게 있어서는 글자마다, 글귀마다 그대로 참입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의 부탁을 무시한 것을 참으로 무시한 것이라고 생각지 아니합니다. 이것도 다 그의 일이니까요?
인제 차레차레 여러 은인께 편지를 쓰려할 때에 나의 눈앞에는 여러분의 얼굴이 보입니다. 그 중에는 벌서 돌어가신 이도 게시고, 지금도 살어 게신 이 전에는 나를 사랑하시다가 지금은 미워하시는 이,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사랑하시는 이, 나 때문에 가슴에 아픔을 품고 피눈물을 흘리시는 이, 내가 친히 아는 이도 있지마는 한번 대면도 못해본 이, 로상에 잠ㅅ간 만나 이름도 얼굴도 다 잊어버린 이 그밖에도 내가 외로운 길을 갈 때에 웃음으로 맞어주든 이름 없는 꽃들과, 울음으로 보내주든 이름없는 새들...수 없는 기억이 떠오릅니다. 아아 조그마한 나 한 몸이 이 세상에서 30년을 살어오는 동안에 얼마나 많은 입이 내 이름을 불렀고, 얼마나 많은 가슴이 나를 생각하였고 얼마나 많은 눈물이 나로 말미암아 흘렀는고.
이제부터 내 일생에 몇 사람이나 도와드릴 수가 있을고, 몇 사람의 눈물이나 씿어주며, 몇사람의 아픔이나〈94〉 만저드릴 수가 있을고. 아아 하느님이시어 나를 버리시지 마옵소서.

하느님 전상살이
내가 감사할 은인 중에 첫 분도 당신일 것이오, 사죄할 가슴 아퍼하실 이중에 첫 분도 당신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의 첫 편지를 당신께 드리는 것이입니다.
세상사람들이 혹 말하리다―하느님께 말슴을 드리겠거든 은밀한 방에서 조용한 기도나 올릴것이지 편지가 무슨 편지냐, 편지를 쓰면 누가 보겠느냐고. 하느님이시어, 이것은 모르는 자들의 말이외다. 사람들과 기타 당신이 만들고 사랑하시는 만물을 제하고 어느 곳에 당신이 게시겠읍니까. 모든 사람의 몸은 당신의 몸이오, 그 맘은 당신의 맘이며, 수풀 속에 지저귀는 새의 소리가 당신의 음성이며 들에 피는 꽃의 우슴이 당신의 우슴이 아니오닛가. 시내에 조리 졸졸 흐르는 물에도 당신이 게시고 바다의 출렁출렁하는 물결에도 당신이 게시며, 하늘에 반짝이는 수없는 별과 땅에 굴르는 수없는 모래, 어느 것이 당신의 몸이 아니며 맘이 아니리있가. 늙은 솔나무를 스처가는 바람ㅅ결, 그 바람ㅅ결을 맞어 우수수하고 부르는 솔나무의 노래, 이것이 다 당신이시니 나의 쓰는 이 편지를 어느 곳에 있는 어떤 소자 하나이 읽더라도 그것이 곧 당신께서 보시는 것이오 내가 이 편지를 쓰고 앉었는 조그마한 방에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일은 봄의 바람결이 보더라도 곧 당신이 보시는 것입니다. 아마 당신께서는 혹은 백수를 헛 날리는 하라버지, 할머니가 되셔서 이 편지를 보시리다. 혹은 나와 같은 젊고 근심많은 청년남녀의 몸이 되셔서 이것을 보시리다. 혹은 책 보통이 끼고 시험치를 걱정하는 어린 아기들이 되셔서 이 편지를 보시리다. 그래서 혹은 나를 불상히 여기시는 눈물로, 혹은 귀엽게 여기시는 입마춤으로, 혹은 어리석게 여기시는 비웃음으로, 또 혹은 엄정하신 심판자의 태도로도 보시리다. 이렇게 당신은 내가 정성으로 드리는 편지를 결코 있다가 한가하거든 보자 하고 어느 설합에 꾸겨 틀어박거나, 미운 사람의 수다 늘어놊?은 편지모양으로 첨하고 끝보고 박박찢어 쓰레기통에 집어넣으시기나 아니하시고 반듯이 자자귀귀 보고 또 보시고,〈95〉 외고 또 외셔서 불상한 어린 나의 간곡한 정담에 동정의 눈물을 흘리시고야말 줄 믿습니다.
당신은 나를 내셨읍니다. 나 하나를 내시기 위하여 당신께서 드리신 품과 힘은 과연 막대합니다. 당신은 수천만년의 세월을 두고 한시각도 쉬실 틈이 없이 내가 있을 곳과 쓸 것과, 가지고 놀 작란깜과 보고 좋아할 모든 구경거리까지 만들어 노시고 여러 百億의 사람을 내어 여러 百萬년 동안을 두고 나의 걸어다닐 길과 타고 다닐 수레와 배와 볼 책과, 들을 이야기와 생각할 모든 생각까지 다 준비해 노시고, 또 나의 동무가 되고, 내 이야기와 노래를 듣고, 나의 가슴에 넘치는 사랑을 받어도 주고 나를 그의 품에 안어주는 사랑할 이도 다 준비하여 놓고 그리고 나를 내섰읍니다.
내가 디디고 일어설 땅만 해도 고마울 텐데 그 땅을 여러가지 산과 바다와 풀과 나무와, 가지각색의 형상과 빛과 향기를 발하는 사철의 모든 꽃과 모든 새와 모든 짐승과 모든 버례와 모든 돌로 꾸며주시고 게다가 먹어서 피가 되고 뼈가 되고 살이 될 모든 곡식이며, 보기 좋고 맛좋고 냄새 좋고 속 시원한 능금, 배, 복숭아, 바나나, 판인애풀 같은 가지각색의 과일까지 심어 주셨읍니다. 낮의 빛으로 해며 밤의 빛으로 달, 내가 가장 좋아하는 푸른 하늘과 거기 간격 맛게 달어 놓은 가지각색 별들, 바람, 구름, 안개, 무지개, 새벽빛, 저녁 놀, 가끔가다 찬란한 번개와 뒤를 내어 일어나는 우렁찬 우레소리...아아 이 모든 재미있는 작란깜까지 내 방에 다 마련해 노시고 「인제는 나와 놀어라」하고 나를 볼러내섰읍니다. 나는 마치 만승의 황자모양으로 당신이 차려놓으신 대궐에 쑥 나섰읍니다. 천지에 가득찬 모든 것이 다 내것입니다. 나를 위하여 여러 千萬년두고 애써 만들어놓으신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까 다 내 것입니다. 나는 이 속에 앉어서 아츰에는 아츰노래, 저녁에는 저녁노래 밤에는 밤노래로 당신의 은혜를 찬양하고 나의 행복을 읍조리면 그만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의 뜻을 깨닷지 못하고 나의 신분도 깨닷지 못하였읍니다.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돈 한푼 없는 몸이 동서로 표류하여 가난의 고초를 받을 때, 돌아갈 부모의 품도 애인의 품도 없어 혹은〈96〉 시베리아 눈 쌓인 광야에, 혹은 동경의 비 뿌리는 풀판에, 혹은 고토의 문허지는 성의 빗긴 별에, 또 혹은 강남의 흐린 물ㅅ가에 고독의 치움을 당할때 나는 얼마나 나의 생명을 저주하였든가요. 진실로 나는 내가 난 날을 저주하였고, 나를 먹여 길은 젖과, 풀과 나무의 열매를 저주하였으며,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한 모든 힘을 저주하였읍니다. 천지의 만물이 모두 나의 미움과 원망과 저주의 대상이였읍니다. 모든 인류는 물론이오, 하늘에 별이나 들에 꽃들까지도 마치 죄인을 심문하는 심문실의 각종 형구와 같어서 눈에 보일 때에 눈물이 돌고 몸에 다을 때에 뼈가 우그러지는 듯이 진저리를 쳤읍니다. 나는 무슨 큰 벌을 받기 위하여서 이 세상이라는 지옥문으로 발길로 채어 넣인 죄인인줄 알었읍니다. 나의 목은 항상 마르되 마실 물이 없었고 나의 몸은 항상 차우되 가리울 옷이나 불도 없었읍니다. 어대를 보든지 시커먼 무쇠로 돌러 부친 벽에 빛 한줄기나 드러올까. 마귀의 비웃는 입김 같은 차디찬 바람이 이따금 소름꺼치는 나의 몸을 스처 지나갈 뿐이었읍니다.
혹 내 앞에 시원하고 따뜻한 물 한 그릇이 놓입니다. 목마른 내가 미친 듯이 손을 내밀어 그 물 한 그릇을 잡어 드려 마시려면 어느 듯 그것은 구데기 끌코 냄새나는 썩은 물로 변합니다. 내가 한 목음을 마시고 구역이 나서 애쓸 때에 철창 밖에서는 심술 구즌 마귀의 코웃음소리가 들립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든 맛나는 밥도 내 입이 다흐면 차디찬 모래로 변합니다. 향기나고 아름답든 꽃도 내 눈이 가면 식은 재가 되고 맙니다. 저주받든 나의 손과 벌과 눈과 입은 마치 요술장이의 지팽이와 같이 가는 곳마다 닥치는 물건마다 나를 괴롭게 하는 형구를 만들고야맙니다.
나는 울었읍니다. 울어도 쓸데없고 나는 성을 내어 주먹으로 땅바닥을 두다리고 목이 터지도록 아우성을 하여 소리를 질렀읍니다. 그래도 쓸데없고, 나는 살려주시오, 다만 하로라도 좋으니 기쁨을 보고 죽게 하여주시오 하고 애원발괄도 하여 보았읍니다. 그래도 쓸데없어서 내가 몇 변이나 차라리 이 원수의 목숨을 끊어버려 괴로움의 날을 하로라도〈97〉 속히 주리려고 하였든지 아십니까. 그러나 당신이 내 생명을 보전하기 위하여 넣어주신 내 성격의 약점은 그것 좇아 허하지를 아니하였읍니다. 그래서 병든 거지모양으로 발붙일 곳이 없는 죄인모양으로 동으로 서로, 바다로 물으로 방향 없이 헤매고 있었읍니다. 영원한 저주의 노래를 부르면서.
그리다가 당신의 구원의 소리가 두 사람을 통하여 내 귀에 들렸읍니다. 하나는 T선생이오 또 하나는 당신의 대표로 일생에 나를 안어 보호할 안해입니다.
천애 만리에 뜻도 아니하였든 T선생은 뜻도 아니하였든 때, 뜻도 아니하였든 곳에서 나를 만났읍니다. 그러나 몽매한 나는 그가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알었을 리가 없읍니다. 내가 그를 처음 대할 때에는 다만 인생의 큰길에 가다가다 만나는 수 없는 사람 중에 하나라고 밖에 생각지를 못하였읍니다. 그러나 한달 두달 지내어 반년의 세월이 가매 비로소 나는 그가 내게 큰 관계가 있는 사람인 줄을 깨달었읍니다. 그의 말과 그의 행위, 그의 내게 주는 깊은 사랑은 쌓이고 쌓이어 마츰내 나로 하여금 오래 잃어버리고 잊어버렸든 인생의 길을 찾어볼 맘이 나게 하였읍니다. 그 길이란 무었이냐 「너를 버려서 네 동포에게 주어라」함과 「네 몸을 깨끗이 하여 동포를 위하는 제물이 되어라」함이위다. 그가 내게 꼭 이대로 말을 하거나 글로써 보인 것은 아니지마는 그가 반년동안을 나려두고 혹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내게 준 여러가지 감화를 종합하여 내 말로 번역하면 이러한 결론이 된다 함이외다.
그래서 나는 나 개인의 행복에 대한 모든 욕망을 다 끊어버리고 츩뵈 장삼에 목탁을 두다리면서 고해중생의 죄를 속하는 새벽 염불로 일생을 보내는 중의 생활을 짓기로 하였읍니다. 그래서 나는 슬을 끊고 생명으로 언약한, 5년 동안이나 무쌍한 핍박 속에 서로 그려오든 애인을 좇아 끊어버리고 청춘의 모든 향락을 다 끊어버리고 내 생명이 있는 날까지 아츰부터 저녁에 안으로 내 몸을 닦고 밖으로 청년을 돕는 자가 되리라 하고 힘썼읍니다. 이리하매 나의 몸과 맘은 일종 써늘한 안위 중에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읍니다. 그래서 지난 1개년 〈98〉 동안 그런 생활을 계속하였고 이 앞에도 죽기까지 그런 생활을 계속하였고 이 앞에도 죽기까지 그런 생활 속에서 지내리라고 믿었읍니다.
만일 당신께서 선생을 내게 보내심이 없었든 들 나는 지금 어떠한 지경에 빠젔을는지 알 수없읍니다. 혹은 이미 칼로나 육혈포로나 혹은 노끈으로 보기 숭하게 목숨을 끊었을는지도 알 수 없고 설혹 살어있다 하더라도 죄악과 죄악의 구렁에 깊이 깊이 빠지고 잠겨서 영혼이 골수에까지 썩히는 구데기가 끌었을는지도 알 수 없읍니다. 그러나 당신은 나를 버리시지 아니 하였읍니다. 그래서 그럴듯한 때에 당신의 믿는 사자에게 등불을 들려 어두운 벌판에 허매는 나를 찾으러 내보내섰읍니다. 그래서 지옥문에 한발을 드려놓았든 나를 도로 불러내섰읍니다. 만일 내가 또 한발까지 그 문안에 드려 놓았든들 전능하신 당신의 힘으로도 어찌할 수 없어서 당신의 귀애하시는 아들을 무덤에 장사하고 아버지의 피끌는 원통한 눈물을 흘리섰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의 이 새 생활은 어름과 같고 식은 재와 같은 것이었읍니다. 거기는 기쁨이 없었고 따뜻한 피의 흘음이 없었읍니다. 내가하든 사업은 억지로 힘을 쓰는 노력이었고 내심의 기쁨에서 눌으랴도 눌을 수 없어서 소사나는 기쁨의 활동을 아니 하였읍니다. 그러므로 일을 할 때에 몸이 곤하고 한숨이지며, 일을 맟울 때에 쓸쓸하고 찬 눈물이 흘렀읍니다. 마치 무슨 이유로 인생의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처녀가 간호부가 되어 병인을 구원하거나 승이 되어 염불을 하는 것과 같었고 밥 잘먹고 부모의 사랑에 배불린 어린것들이 기쁨에 겨워서 흙작란을 하고 버들피리를 부는 것과 같지를 아니 하였읍니다. 그래서 나의 사는 생활은 노예의 생활이오 하는 일을 삮꾼의 일이었읍니다. 당신은 이 심리를 잘 아시리라. 당신이 나를 위하여 천지를 창조하는 큰 역사를 하실 때에 그것이 만일 누구의 삮꾼이나 명령을 받어 피할 수 없어 한 일이라면 얼마나 고통이 되섰겠읍니까. 여러 천만년을 두고 여러 천만의 세계를 만드실 때에 당신은 건강한 사람이 좋은 경치 속에서 새벽 산보를 할 때와 같은 기분으로 나오는 대로 노래를 불러가면서 이 큰 역사를 하신 것입니다. 창조의 계획을 세우실 때에 생각하시든〈99〉기쁨이 있었고, 일을 하실 때에 하시는 기쁨이 있었고 일이 일워진 뒤에 성공의 기쁨이 있었고, 성공의 뒤에는 그것들을 돌려놓고 구경하시는 기쁨이 있읍니다. 그리고 이 속에서 당신의 사랑하시는 아들이 기뻐하리라 하는 무한한 기쁨이 있읍니다.
그러하거늘 내가 하려든 일에는 의무라는 무거운 감각 외에 기쁨이 없었읍니다. 당신이 내게 보내신 사자 T선생은 나를 욱 속에서 건저내였읍니다. 그러나 옥문을 나서보니 사면이 다 모닥불같은 볕에 타는 사막이오 그 가운대로 한줄기 사람의 발자최가 있읍니다. 나는 무거운 다리를 끌고 해가 지도록 이 길을 간 것이라 합니다. 땀은 흐릅니다. 목은 말읍니다. 다리는 아픔니다. 길가에 나보다 앞서 가던 자들의 지처 넘어진 시체와 해골이 널렸읍니다. 나는 그네의 지고 가던 짐까지 주섬주섬 주어지며 한 거름 한 거름 나아갑니다.
그러나 이것은 당신의 약숙한 땅은 아닙니다. 당신은 나를 죄악의 옥에서 끌어내어 약속한 복지로 인도하는 노차에 이 사막을 지내게 하신 것입니다. 애급으로서 나오는 이스라엘 족속이 카난 복지에 들기 위하여 40년의 광야를 건너지 아니치 못 한 것과 같이. 그러나 나의 광야 길은 40년이 아니요 겨우 1년이고 만 것을 감사합니다. 이것은 진실로 당신의 특별한 은총입니다.
두 주먹으로 이마에서 흐르는 끊는 땀을 씨서 가면서 허덕허덕 사막의 불같은 모래에 피곤한 다리를 끌 때에 당신의 둘재 사자가 뜻하지 아니할 때,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서 나타났읍니다. 그는 하늘에 나는 솔개와 땅에서 몽당구리하는 병아리를 채어 오르는 모양으로 땀와 몬지에 싸인 나를 품어 두 날개 소리로 가비엽게 바람 헤처 구름 헤처 나를 어떤 산 마루택이에 옴겨다 놓았읍니다.
이것이 시온산입니다. 내가 당신의 궁궐에서 어떤 얼굴 검고 눈 큰 도적놈에게 업혀 도망하는 날 새벽에 넘어온 시온산이 분명합니다. 그동안 잊고 있었지마는 다시 보니 생각이 납니다. 아아 오래 떠났든 아버지의 집에 다시 돌아 왔고나 하는 기쁨에 나는 소리를 쳤읍니다. 춤을 추었읍니다.
나를 이곳으로 다려온 당신의 사자는 웃으며 나의 〈100〉손을 잡읍니다. 이것이 누구오닛까. 5년 전에 허둥지둥 헤매던 길가에서 만나 그의 눈물로 나의 병든 몸을 씿고 피로 나의 마른 목을 축여주던 그입니다 그려 그입니다 그려― 아아 당신의 경륜 크십니다. 오묘하십니다. 이 하로가 있기 위하여 5년 전부터 그를 내게 소개하섰고, 25년 전에 그를 이 세상에 내섰고 그를 나게하기 위하여 여러 千대 여러 萬의 남자와 여자를 내시고 그네가 먹고 살 것을 다 준비를 하섰읍니다. 과연 이는 당신 창세하는 계획을 세우시는 날에 이미 세우신 것입니다.
지금 와서 보건댄 표랑의 29년 생활에 당신의 사랑의 눈과 손이 일즉 나를 떠난 적이 없었읍니다. 열 한살까지 나를 길러주신 불상한 나의 부모도 당신의 사자요, 혹은 서울에, 혹은 동경에 나의 공부할 학비를 대어주신 여러분도 당신의 사자요, 내가 압록강에 빠저 죽게되었을 때에 나를 건저 준 말도 모르는 어떤 청인도 당신의 사자요, 내가 아퍼할 때에 곁에서 밤을 새어준 여러 친구들, 내가 괴로워할 때에 위로의 말을 주던 여러 사람들, 이가 끌는 내 머리를 빗겨주고 발고락 나오는 버선 구녕을 박어주든 성명도 알 수 없는 어떤 할머니, 먼질에 피곤한 나를 위하여 목욕물을 끓여주던 여관의 하인들 내가 어데로 가고 싶은 때에 차를 끄러주는 운전수나 인력거군...이런 이들이 다 당신의 나를 위하여 보내신 사자이든 것을 내가 알었읍니다. 아아 내 몸과 영혼이 29년을 지내오는 동안에 먹고, 입고, 쓰고, 다니고, 배우고 한 것이 모다 당신이 친히 보내신 몇천 몇만 사자의 힘인 줄을 깨달었읍니다. 과연 어데를 가든지 나의 밟을 흙이 있고, 먹을 밥, 입을 옷, 잘 자리 동무할 친구, 사랑할 사람, 빛을 주는 해와 달과 나를 위로하는 꽃과 새가 있었읍니다. 이것이 므두 당신이 나를 위하여 준비한 것이었읍니다. 사랑과 힘 넉넉한 아버지가 그 아들을 먼나라로 보낼 때에 마치 미리 그곳의 친구에게 소개의 편지를 보내두고 그곳에 여관에 방을 잡어두며 그곳의 은행에 환전을 붙여두는 것과 같이 내가 가는 앞길마다 나의 쓸것을 미리 준비하여 두섰읍니다. 그러고 아버지가 그 어린 아들을 산이나 들이나 맘대로〈101〉 작란하러 나돌아다니기를 허하다가 날이 저믈어도 안도라 올 때에 등불과 지팽이를 들려 찾을자를 보내는 것과 같이 당신읊? 작란에 미처 돌아다니다가 길을 잃어버린 나를 찾으라고 먼저 T를 보내시고 이어서 Y를 보내신 것입니다. 인제는 그만큼 작란하고 들어와 네 할 일을 하여라」 하는 것이 당신이 T의 편에 부처 보내신 말슴이오 「인제는 네 있을 방도 다 차려 놓고 네 일생의 동무가 될 신부의 단장도 다 되었으며 이미 동방에 초ㅅ불이 키었으니 들어오너라」 한 것이 당신이 둘재 사자의 편에 부처 보내신 말슴입니다.

이리하여 나의 몸에서 청승스러운 츩베장삼을 벗기시고 서리맞은 낙엽에 무친 산골작이 암자에서 나를 이끌어 버들가지에 꾀꼬리 울고 흐르는 물에 고기 뛰는 아름다운 세상으로 내어 오섰읍니다. 아아 나는 인제 중이 아니외다, 중이 아니요, 나는 임금의 아들입니다.

간다 간다 나 돌아간다,
아버지의 집으로 나 돌아간다.

먹물든 장삼을 벗고
수놓은 금포를 입어라.
해묵은 목탁이 네 손에 당하랴,
아츰에 핀 월계화를 들고,
창조의 송가를 높이 부르면서,

아버지의 집으로 나 돌아간다.

(丙子 歲―特暮할제 이제 十四年 前에 記한 舊稿를 실노라)〈102〉
〈89-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