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명 |
삼천리 제10권 제1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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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
제10권 제12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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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년월일 |
1938-1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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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제목 |
李光洙氏의 戀愛觀, 至高한 부처님 사랑의 境地에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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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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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형태 |
대담·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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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연애관을 듯고 싶습니다. 李. 연애관이요. 글세요. 어떻게
말슴하면 좋을까요. 끝없이 높은 사랑을 찾어 향상하려는 마음! 이제 내게 남은 것이란 오직 이것뿐이매 그 무름에 摘應한 대답이 없을가
합니다. -. 끝없이 높은 사랑이라니요? 李. 하늘 사람의 사랑입니다. 즉 부처님에 갓가운 사랑이란 말이죠. -. 가령
구체적으로 말슴하신다면? 李. 나는 사랑은 모-든 것 중에 가장 신비하고 가장 숭고한〈49〉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꼭 같은 탄소로
숫도 되고 석묵도 되는 반면에 금강석도 되는 모양으로 다같이 사랑이라 하드래도 천차만별의 계단이 있고 품이 있는 것이라고 믿읍니다. 이성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음탕 청년남녀의 사랑과 賢士淑女의 사랑과를 같이 볼 수는 없* 것이 아니겠읍니까. 그야말로 그 사이에는 하늘과 땅만한
가치의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 그러니까 *장 신비한 사랑 가장 숭고한 사랑 - 즉 선생님의 말슴을 빈다면 하늘사람의 사랑은 육체의
욕망을 全然 떠나는 데서래야만 있을 수 있단 말슴이지요? 李. 그렇죠. 세상엔 육체의 결합을 목적으로 하는 사랑이 가장 많을 것입니다.
적어도 하늘사람의 사랑이 아니라 하드래도 육체의 결합과 아울너 정신에 대한 사모를 깍하는 사랑이 아니면 안될 것은 물론이겠지만 그보다도 내가
말하는 것은 한층 더 올나가서 육체의 사랑을 全然 떼어 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 부처님도 아니요, 하느님도 아닌 사람에게 그런
신비한 사랑 - 고상한 사랑이 있을 수 있읍니까. 李. 그것은 일시적인 우리 육체 속에 있는 영원한 존재를 인식하는 사람이면 될 수
있읍니다. -. 세상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겠읍니까. 李泰俊씨 소설 「黃眞伊」에 보면 어떤 道僧이 선생님이 理想하는 높은 사랑을 찾어서
온갓 것을 다 버리고 심지어 먹고 마시는 것까지 全然잇고 정말 그야말로 참 부처님이 다되여 가댓는데 黃眞伊에게 유혹받었다는 이얘기가 있어요.
그것은 「영원한 존재」를 인식치 못했든 까닭일까요?〈50〉 李. 그런 이얘기가 많지요. 그 道僧 뿐 아니라 옛날에 鏡虛같은 중도 육체의
욕망을 떠날 수가 없어서 퍽 괴로워했다니까요. 어느때는 길가에서 엡븐 색씨를 보고 달여가서 입을 마쳤다나요. 그래서 그 제자가 여기에 질문하여
스님같이 道가 높으신 이가 그것이 어쩐 일입니까 하고 말한즉 鏡虛의 말이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생각한 것을 시행하는 것이 무엇이 다르겠느냐고
했다는 말도 있고 또 어느때는 어느 大師를 찾어가서 술을 가저오라 해서 술을 먹고 술을 먹은 후엔 또 갈보를 대려오라고 했다드라구요. 그러니까
그 술을 사다 대접한 大師가 술까지는 사다 대접했지만 갈보만은 하는 수 없었든 까닭에 역시 스님같이 道가 높으신 이가 이래서 쓰겠읍니까 하고
질문한즉 鏡虛가 얼골이 붉어지며 「頓情難同佛多生習氣深이」라 대답했다는 것입니다. 누구나 그럴 것입니다. 사람의 육체를 쓰고나서 마음으로
부처님이 되기를 원하고 바라지만 오래가젔든 習生은 참 끊어 버리기가 어려운 것인 줄 알어요. -. 그러니까 육체를 쓰고 난 사람으로선
부처님이 될 수 없잖어요? 李. 석가여래든가 여러 보살이라든가 예수라든가 하는 이들은 사람의 육체를 쓰고 나온 사람이였으니까요.
-. 그이들은 육체의 욕망이란 것이 전연 없었을까요? 李. 전연 없었읍니다. 육체의 욕망을 간직한 채로는 남을 위할 수가
없으니까요? -. 그래두 석가여래는 결혼을 해서 안해가 훌융히 있지 않었읍니까. 李. 결혼하시긴 했지만 道를 깨달은 뒤엔 그 부인을
제자로 삼었읍니다. -. 세상사람이 모다 선생님같이 그런 생각만 가진다면 세상에 살 자미가 없을 것 같애요. 李. 그게 아직 덜
데여서 하는 소리지요. 덜 속아서 하는 소리구요. 「영원한 사랑」을 깨닷지 못한 사람으로선 누구나 그렇게 생각해요. 하나 이 「영원」한
「사랑」을 깨달은 자에게 있어선 그것처럼 헛된 것은 없어요. 모다 꿈이지요. 구름과 같이 바람과 같이 물결과 같이 흘너가고 불니워 가는 것인데
그것을 모르고 세상 사람들은 울고 웃고 하지요. 다- 어린애들 작난이얘요. 요전번에 우리딸 정란이가 저이 어머니를 떠러저서 나와 같이 와 있을
때 내가 그애에게 너 아버지와 얼마나 있겠는냐고 물었읍니다. 그랬드니 그애의 하는〈51〉 말이 꽃이 피고 새가 울고 하는 시절도 지나서 눈이
오고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까지 아빠하고 있겠읍니다는 것이였읍니다. 그러드니 하로밤을 자고나서 저의 어머니 생각이 나서 나와 어제 같이 구든
약속한 것은 언제했느냐는 듯이 아바빠 엄마한테 갈테야 하는 것이였읍니다. 그때 나는 생각했읍니다. 세상사람의 언약이란게 꼭 우리 정란이가
아빠에게 한 것과 같다고. 정난이가 내게 약속할 때는 조곰도 거짓말하려고 한 것이 아님니다. 꼭 제 마음이 그러하길내 아빠와 오-래 살겠다고 한
것이지만 그 마음이 오래가지 못했든 까닭에 약속을 저바렸든 것이나 그애는 그것을 뉘우치거나 하는 일도 없이 태연히 어머니한태로 가버렸읍니다.
일전 어느 밤엔 또 영근이 「새총」때문에 더 한 가지 느낀 일이 있었읍니다. 영근이가 새총을 맨든다구 자라고 해도 자질않고 그걸 다 맨들겠다는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내가 만드러 주기로 하고 잠을 재웠는데 우리들 일도 그와 꼭같애요. 가령 지금 몹시 사모하고 사랑하는 청년남녀가 있다고
합시다. 그 둘이는 한시를 떠나서 살 수 없고 그 사람이 아니멊? 꼭 죽을 것 같은 생각으로 누가 뭐라든지 우리는 사랑하겠느라고 욱이지요.
그러나 그것이 우리 영근이가 새총을 못맨들군 잠을 못 이루는 것과 꼭 같은 것입니다. 그럴 때까진 좋으나 영근인 내가 맨드러준 새총을 사흘도
못가서 곳 팽가치고 말었어요. 처음같애선 될 말이입니까. 누가 새총을 빼았든지 건드리기만〈52〉 해봐요. 당장 싸호고 야단날 것이 아님까마는
그것이 사흘이 못 가서 시들해지는 걸 보시요. 세생 일이 다-그러합닌다. 더 속아봐야 별 것 없을 것이니까 어서들 깨달으십시요. -.
아모리 그렇게 생각하재도 되질 안는 경우엔 하는 수 없잖어요. 李. 글세 그게 덜 데여서 그러타니까요? 젊은 까닭이라니까요. 영리한 사람은
먼 길을 도는 것보다 갓가운 길을 걸기를 꾀하는 법인즉 20년이고 30년을 더 살어본 뒤에 깨닷기보다 지금 곳 깨닷는 것이 좋을
듯해요. -. 선생님은 「사랑」이란 걸 모르시고 하시는 말슴같애요. 부처님의 사랑이 아니라도 우리사람과 사람으로서도 부처님의 갓가운 사랑을
할 수 있잖어요. 사랑하는 까닭에 아름다워지고 높아지고 한다면 그것이 神에 갓가운 마음이 아니겠읍니까. 육체를 반드시 떠나야 아름답고 至高할 수
있다는 말슴을 아직 저는 알어 드들 수가 없읍니다. 선생님두 웨 「개척자」니 「재생」이나 「무정」에선 하늘 사람의 사랑이 아닌 사랑을 찬양하시지
않었읍니까? 李. 글세. 그때는 몰나서 그랬읍니다. 깨닷지 못해서 그랬읍니다. -. 그럼 지금 세계의 모-든 문학자들이! 예술가들이
사랑을 아름답다고 숭고하다고 찬양하는 것이 다- 몰나서 그러는 것임니까. 李. 그러치요. 「영원한 사랑」이 아닌닌 사랑 ― 이 사랑은
부처님의 사랑입니다 ―은 지고할 수가 없고 아름다울 수가 없읍니다. 담배 끊기보다 더 쉬웁게 끊어지는 사랑들이 무슨 숭고한 사랑이며 지고한
사랑이겠읍니까.〈53〉 〈4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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