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족문학의 력사적흐름과 그
잠재적창조성
김호웅 박사(연변)
반만년의 유구한 력사와 전통을 이어온 우리 배달민족은 시조 단군이래 백두산을 뿌리로 생활의 터전을 가꾸어왔으며
<<훈민정음>>창제이래로는 대체로 단일민족에 단일한 민족어를 사용하면서 살아왔다.하지만 국제질서가 재편되던 백여년전부터 전
세계로 삶의 지평을 넓혀나아가 현재 남과 북의 6천 8백만을 내놓고도 해외 140개 나라에 530만명이나 살고있다.
하지만
제2차세계대전이후의 랭전체제와 리념의 대립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모국은 여전히 분단국가로 남아있고 세계 여러 나라에 살고있는 우리 민족은 서로
생사의 여부조차 알수 없는,서로 동떨어진 생활을 할수밖에 없었다.문학과 예술의 경우에도 재외 우리 민족 문학은 다양한 존재양상을 가지고 모국과의
이질성을 증대하면서 각자가 처하고있는 나라나 지역의 주류민족의 문학에 귀속, 흡수되는 추세를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10여년간 세계
량대 세력간의 갈등이 완화되고 랭전체제가 종식됨으로 하여 여러 나라에 살고있는 재외동포간의 상호거래, 특히 재외동포와 모국 국민간의 인적래왕이
빈번해지고 문학과 예술을 비롯한 제반 문화교류의 폭이 넓어지면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동일한 민족문화전통에 바탕을 둔 범민족문학을 출범시킬수
있는 계기와 여건이 마련되고있다.
우리는 21세기에 들어선 이 시점에서 주어진 시대의 여건을 충분히 활용하여 모국과의 교류는 물론,
재외동포 상호간의 교류를 통해 다양하고도 통일된 범민족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야 한다.따라서 여기서는 주로 중국 조선족문학의 력사와 그
존재양상, 이중적성격 및 그 잠재적창조성 등 문제만을 륜곽적으로 다루어보고자 한다.
1. 북방?우리 민족의 력사와
문학의 원초적인 활무대
부여,고구려에다 발해까지 함께 생각하면 이 아시아 동북부의 광활한 대륙은 우리 력사의 최초의
활무대였다.지금도 우뚝 서있는 호태왕비(광개토대왕비)와 이 땅우에 바둑판처럼 널려있는 고구려의 유적들, 그리고 발해유적들이 이를 증명하고있다.
이 땅우에는 우리의 민족사적 지맥뿐만아니라 민족문학사적지맥도 련연히 묻혀있다.
우리 건국신화의 원초적인 모태가 이 동북대륙이요,
우리 문학의 민족서사시인 리규보의 <<동명왕편>>도 이 땅에서 태여난 해모수와 주몽의 덕성을 찬미하는 랑만적구조를
이루고있는 작품이다.이처럼 상고시대 우리 문학은 적어도 부여, 고구려시기부터 아시아 동북부의 대륙을 발판으로 이루어졌고 발해를 거쳐 근대
이후까지 이어져왔다.
그리고 이 광활한 대륙을 거쳐 간 신라 류학생, 고승, 연행사들의 문학작품까지 념두에 둔다면 이 지역은
우리문학의 성스러운 발상지일뿐만아니라 우리 문학의 무한한 공간과 지평을 약속해주는 땅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나 연암 박지원의<<열하일기>> 역시 북방지향의 한국력사와 한국문학이 낳은
걸작이라 하겠다. 그리고 조선왕조 소설에는 <<전>>자류의 소설들이 많은데 그중 군담류가 거의 절반은 중국, 즉 북방대륙을
무대로 하고있다. 그것은 웅대한 대장부의 기개를 떨치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려는 작가의 의도에 의해 반도라는 작은 테두리에 갇혀 발휘되지
못했던 힘과 기상을 대륙이라는 가상적인 무대를 빌어 펴낸 작품들이다.
이처럼 북방대륙은 우리 민족의 력사와 문학의
발상지요,민족적대서사시의 현장으로서 자고로 이 땅에서 움튼 우리 문학의 신화적원형, 그 기상천외한 자연의 힘,정착과 생존을 위한 타민족과의
혈투 등등은 우리 문학의 내용과 형식에 무궁무진한 활력을 안겨주었다.하기에 발해국 이후 이 지역에 우리 민족의 후예들이 살고있거나말거나 장구한
세월 우리 민족의 집단무의식속에서 북방대륙은<<잊을수 없는 그리운 고장>>으로,영원한 힘의 원천으로 자리잡고있었던것이다.
뿐만아니라 그러한 신화적인 원형성은 오늘도 여전히 우리 문화와 생활의 모든 령역을 거쳐서 그 잠재력을 발휘하고있다.
하지만 이러한
신화를 창조한 우리 조상들이 이 땅에 대대로 살아오면서 오늘날의 조선족문학을 산출,지속시켜온것은 아니다. 문학적상상력의 모태인 북방대륙은 여전히
누워있고 그것을 무대로 하고있는 신화와 민족서사시는 남아있건만 이 광활한 대륙에 우리 민족의 발자취가 수세기씩이나 끊어진적도 있었다.이 땅에
살고있었던 우리 민족들은 점차 이민족에게 동화되거나 그들의 등살에 못이겨 남으로,남으로 쫓기고 몰려가야 했다.
주지하다싶이 북방의
료동지구에 살고있던 고구려사람들은 수나라, 당나라 등 강대한 봉건왕조들의 동정(東征)으로 말미암아 조선반도로 쫓겨 내려갔다. 료동에 남아있던
일부분 고구려 유민들은 말갈족과 함께 발해국을 세웠으나 장구한 세월에 걸치는 타민족과의 전쟁,혼인,잡거 등으로 말미암아 동화되고말았다. 그후
고려시기와 조선왕조 중엽에만 하더라도 수십만명의<<고려인>>과 <<조선인>>들이 혹은 이민으로
건너오거나 혹은 강제로 끌려와 살았으나 그 절대 다수가 타민족에게 동화되는 비극을 면치 못했다.17세기이후 200여년에 이르는 청조의
<<봉금령>>으로 말미암아 이 땅에서 더는 우리 민족의 대하와 같은 흐름을 볼수 없었다.
이 기나긴 세월에
북방은 우리 문학인에게는 <<녀인이 팔려간 나라>>요,오랑캐가 득실거리는 미개와 야만의 땅에 다름없었다. 북방으로 끌려가는
아낙네들의 설음과 한이 넘치는 가운데 간혹 북방을 노려보며 칼을 갈고있는 남이장군과 같은 이들의 서슬푸른 눈빛이 보일뿐이다.북방지향의 나래를
접고 자기보존에 급급했던 한단락의 치욕의 력사요, 한과 설음에 젖은 페쇄적인 저항의 력사와 문학이라
하겠다.
2. 대륙문학의 새로운 출범?중국 조선족문학
발해국(699-926)의 멸망으로부터 거의 천년간
우리 민족의 발자취가 끊어졌던 이 땅에, 다시 우리 민족이<<백의폭포>>와 같이 쏟아져 들어오고 짧은 100여년 사이에
200만에 달하는 민족공동체를 영위하면서 자기의 말과 글을 비롯한 문화일반을 보존할수 있게 되였다는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대 력사의 장거
(壯擧)가 아닐수 없다. 더우기 구전한 문학단체와 문학광장을 가지고 자기의 말과 글로 이 땅 특유의 생활과 정서를 반영하면서 다양한 쟝르의
문학을 창조하고있다는것은 세계 민족사에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똑같은 재외동포요, 엇비슷한 이민사를 기록하고있지만 일본, 미국, 구쏘련으로
간 우리 동포들의 경우에는 이미 우리 민족의 말과 글을 거의 다 잃어버린 실정이 아닌가?
중국의 조선족이 오늘까지 자기의 말과 글을
잃지 않고 자기의 민족언어로 문학을 영위할수 있는, 말하자면 민족의 정체성을 보존할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민족집거구와 민족교육체계를
가지고있다는데 있다.또한 이러한 민족집거구와 민족교육에 힘 입고 조선반도에서 들어온 <<문화부대>>의 노력에 힘 입어
출범한것이 1933년 11월 옛 <<간도땅>>에서 출범한 문학동인 <<북향회>>이다. 이 북향동인들과
그들이 펴낸 <<북향>>지, 그리고 그후의 <<만선일보>>예문란,1940년대 초반에 묶어낸
<<재만조선인시집>>과 <<만주시인집>>,종합소설집<<싹트는 대지>>, 안수길의
단편집 <<북원>>과 장편 <<북향보>>및 <<만주조선문예선>>등은 적어도
200년간 우리 민족의 발자취가 끊어진 북방대륙에서 우리 민족문학의 새로운 출범을 의미한다고 할수 있다.
앞에서 본바와 같이
북방지역은 상고시기 우리 민족사의 활무대요, 민족문학의 모태이다. 하지만 그것은 발해국이후 이땅에서 근 천년간 맥이 끊어지고말았다.
또한<<재만>>조선인문학 이전에도 북방지역에 우리 문학은 있었지만 그것은 <<반도문학>>의 연장 내지
이식 (移植), 변종(變種)에 지나지 않았다. 1910~1930년대 산해관이남에서도 주요섭, 최상덕, 리육사와 같은 문인들이 상해나 북경과 같은
대도시에서 활약했고 김택영, 신정과 같은 <<국혼적인 민족주의자>>들이 상해나 남통에서 활약했으며 또한 조선의용군과 광복군
계렬의 문인들도 문학활동을 했지만 오늘날 조선족문학의 가장 중요한 근간으로 되여준것은 그래도 <<재만>>조선인문학이다.
<<북향회>>계렬의 작가들과 <<문화부대>>소속 작가들은 조선인 이민사회에 뿌리박고
<<만주>>특유의 자연과 풍토, 인간관계를 배경으로 조선인들의 고난의 이민사회 정착사를 형상화하고 강렬한 민족의식과
반일사상을 고취하였으며 더우기 북향건설의 슬로건을 내걸고 북향지향의 문학을 본격적으로 창출했다. <<북향>>이라는 동인회나
동인지의 이름도 의미깊지만 <<북향>>지의 권두언에 실린 <<새터를 닦으러>>로부터 단편
<<북원>>, 장편 <<북향보>>에 이르기까지 이 땅에서 활약한 문인들의 북향건설에 대한 지향과
의지는 확고했다. 천년묵은 황무지를 개간해 논을 풀고 중국 관헌과 일제의 이중삼중으로 된느 간교한 술책과 잔인한 탄압을 이겨내고 망향의 설음을
달래면서 이 땅에 제2의 고향을 이룩해낸 <<만주>>개척민, 그들의 감동적인 군상은
<<재만>>조선인문학의 가장 값진 창조물이다.
물론 이 시기 북향정신?북향지향을 표현한 작품들은 위만주국의
통치리념과 체제에 순응하면서 그 시책에 따른 구상을 편 한계를 가지고있지만 북방대륙을 제2의 고향으로 인식하고 여기에 뿌리를 내리고 우리
민족사의 새로운 공간을 획득하려했다는 점에서는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고 하겠다. 그리고 윤동주, 리육사,유치환, 리욱 등의 시와 최서해, 강경애,
안수길, 김창걸 등의 소설들은 한국 현대문학의 문학적공간을 확대하고 암흑기의 공백을 메우는데 이바지했을뿐만아니라 해방후 중국 조선족문단의 기틀을
잡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해방후 조선족은 중국국적을 획득했고 조선족집거구에 살면서 민족자치를 실시할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았으며 그 토대우에서 민족교육과 민족문학을 발전시킬수 있었다. 물론 <<좌>>경사조의 간섭과 통제,
<<반우파투쟁>>과 <<문화대혁명>>과 같은 정치운동으로 말미암아 우리 문학은 사경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한 억압과 폭정속에서도 끝까지 작가적량심과 문학의 진실을 지킨 김학철과 같은 투혼도 있었지만 대체로 우리의 대부분 작가, 시인들은 어느
문학인의 말 그대로 <<하고싶은 일을 하는것이 아니라 할수 있는 일을 하고있었으며>>, <<하고싶은 말을
하고있는것이 아니라 할수 있는 말을 하고있었을뿐>>이였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이 끝난후로부터
짧은 20여년간 우리 문학은 거족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평론가 조성일선생의 말 그대로 오늘날 조선족문학은 <<조선문학, 한국문학과
더불어 세계한국어문화권의 3대 산맥>>으로 거연히 솟아있다.
우선 기나긴 시련을 이겨낸 우리 조선족문학은 시인, 소설가,
수필가, 평론가, 번역가로 구성된 튼튼한 작가대오와 폭넓은 문단사회를 가지게 되였다. 중국작가협회연변분회(1956년 8월 창립)에는 근
500여명의 회원이 있는데 그중 60여명이 중국작가협회 정식회원이다. 이런 회원들은 연변지역을 중심으로 할빈, 목단강, 장춘, 길림, 통화,
심양, 북경, 청도 등 지역에 분포되여 다양한 문학활동을 벌이고있으며 창작에 정진하고있다.
둘째로 조선족문단은 넓고도 다양한
문하고강장을 가지고있다. 연변지역에 <<연변문학>>을 비롯해 <<문학과 예술>>,
<<아리랑>>, <<두만강>>, <<일송정>>; 장춘지역에
<<장백산>>; 길림지역에 <<도라지>>, 할빈지역에 <<송화강>>등 문학지들이
출간되고있다. <<은하수>>, <<청년생활>>, <<연변녀성>>등 종합지와
<<연변일보>>, <<길림일보>>등 여러 조문판 신문의 문예부간들,
<<아동문학>>, <<꽃동산>>, <<별나라>>,
<<중학생>>등 아동, 청소년 잡지들까지 헤아린다면 무려 수십종의 잡지, 신문들이 출간되고있어 우리 문학인들에게 폭넓은
문학광장을 마련해주고있다.
셋째로 해방후, 특히는 새로운 력사시기 수많은 원로 작가들과 신진 작가들이 문학예술의 봄을 맞아 재능을
활짝 꽃피우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다양한 쟝르의 수많은 작품들을 내놓았다. 새로운 력사시기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소설가로 김학철,리근전, 림원춘,
리원길, 정세봉, 고신일, 박선석,최홍일, 김훈,우광훈, 윤림호 등을 들수 있고 시인으로는 김철, 김성휘, 조룡남, 리상각, 박화, 리삼월,
문창남, 남영전, 한춘, 석화, 리성비, 리임원 등을 들수 있을것이며 녀류작가들로는 리선희, 리혜선, 허련순 등을 들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1980년대에 나온 무게있는 작품들로는 정세봉의 <<하고싶던 말>>, 리원길의 <<백성의 마음>>,
정세봉의 <<”볼쉐비크”의 이미지>>와 같은 중, 단편소설들과 리근전의 <<고난의 년대>>, 김학철의
<<격정시대>>와 같은 장편소설들;그리고 김철의 <<새별전>>, 김성휘의 <<장백산아
이야기하라>>와 같은 장편서사시들을 들수 있을것이다.
90년대에 진입하여 산해관이남의 중국문학은 침체상태에 빠진데 반하여
상대적으로 우리 조선족문단에는 오히려 심각한 주제사상과 참신한 예술형식을 가진 훌륭한 작품들이 쏟아져나왔다. 조룡남의 <<그 언덕에
묻고 온 이름>>, 석화의 <<나의 고백>>을 무게있는 시집으로 평가할수 있을것이다. 특히 원로작가 김학철의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 장편소설 <<20세기의 신화>>, 그리고 그의 자유로운 사상과 강철같은
의지의 소산인 수필과 잡문들;리원길의 장편소설 <<설야>>와 <<춘정>>, 최홍일의
<<눈물젖은 두만강>>등 장편소설들은 우리 문학의 저력을 보여준 력작들이다. 그외 정세봉의 제2소설집
<<”볼쉐비크”의 이미지>>와 최홍일의 소설집 <<흑색의 태양>>은 우리 소설문학의 현주소를
대변하고있다. 또한 실화문학의 경우 정판룡의 <<고향떠나 50년>>과 류연산의 <<혈연의 강들>>을
들수 있는데 후자는 <<력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중국에 살고있는 우리 민족과 피의 인연을 맺었고 우리 민족의 애환이 어린 두만강,
압록강, 송화강, 흑룡강과 그 류역을 답사한후 집필한 장편기행문으로서 민족의 력사와 삶의 현장을 생생하게 떠올리고
있다.>>(김병민:<<민족의 력사와 삶의 현장, 그리고 문화적성찰>>)
상술한 사실들은 조선족문학이
동북삼성을 비롯한 중국대륙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자기의 위상을 세상에 자랑하고있음을 유력하게 증명하고있다. 바꾸어말하면 북향지향의 우리 문학은
마침내 세기의 교체기에 이 땅에 락락장송으로 자라나 그 위용을 떨치고있다고 하겠다. 참으로 미국, 일본, 구쏘련에서는 볼수 없는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3. 중국 조선족문학의 이중성격과 그 잠재적창조성
오늘의 중국 조선족은 이 북방지역의
토착민족이 아니라 과경민족(跨境民族)이다. 대체로 19세기중엽이후 자연재해로 말미암아 살길을 찾아 중국의 동북경내로 이주한 농민들과
<<한일합방>>이후 일제의 등살에 못이겨 정든 고국을 등지고 중국 경내로 들어온 사람들이거나 그들의 후손들이다. 그들은
중국 경내에서 줄기차게 반일독립투쟁을 했고 중국공산당과 더불어 피어린 항일투쟁을 전개했으며 광복후에는 또 중국공산당의 령도하에 국민당정권을
뒤엎는 국내전쟁에도 참가했다. <<산마다 진달래, 언덕마다 렬사비>>라는 말은 중국 조선족이야말로 이 땅의 당당한 주인임을
형상적으로 말해주고있다. 그러므로 중국 조선족의 국적취득은 력사의 필연이며 그들의 정치, 경제, 문화 방면의 리익과 직결되는, 그들의 자주적인
선택의 결과인것이다. 중국 조선족은 중국국적을 선택하고 중국 공민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고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생활에 참가하고있는것만큼
중국공산당을 옹호하고 현행 정치제도에 밀착해 살지 않을수 없다. 또한 중국의 주류민족인 한족과 어울려 살아가는 과정에 자연히 모국에 대한 사랑과
더불어 중국에 대한 사랑도 가지게 되였으며 중국어와 한국어의 병용이라는 이중적언어생활을 하게 되였다. 바꾸어말하자면 두가지 정체성을
가지고있는것이 오늘날의 중국 조선족이다. 이러한 점에서 중국 조선족은 세계 어느 나라에 살든지 중국인으로 자처하는 화교들이나 모국과
거주국(居住國)에 다 충성하되 모국에 대한 충성심을 우선시하는 유태인과도 다르다고 하겠다.
상술한 정치, 문화적인 환경과 중국
조선족의 이중적정체성으로 말미암아 조선족문학도 자연 이중적성격을 지니게 된다. 말하자면 중국문학의 일부분인 동시에 세계의 우리 민족문학의
일부분으로 되고있다. 조선족문학은 우리 민족의 고유한 문학전통과 유산에 바탕을 두는 한편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생활과 그속에서 겪게 되는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을 예술화해왔다. 따라서 중국 조선족은 그 언어표현방식, 풍속과 민족적정서, 심리 등에 있어서는 모국과의 동질성을
보여주고있지만 중국의 독특한 자연과 인간관계, 력사적변천, 사회생활, 그속에서 살아가는 조선족의 변화된 가치관념, 도덕규범, 사유방식,
미학적추구 등을 반영하고있다는 점에서 또한 모국문학과의 이질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이러한 중국 조선족문학의
이중적성격--<<중국적인것>>과 <<한국적인것>>은 언제 어디서나 대등한 위치나 비중을 가지는것이
아니다. 이민 초기에는 <<한국적인것>>이 우위를 차지했다면 점차 세월이 흐를수록 <<중국적인것>>이
우위를 차지하고있다. 정판룡의 비유를 빌려온다면 <<마치 중국에 시집간 딸처럼 처음에는 본가집에서 양성된 습관에서 해탈되지
못하고있다가 그뒤 점차 습관되고 마지막에는 시집의 사람으로 되는것>>과 같다고 할수 있다.하지만 주변환경의 변화, 더우기는 모국
문화의 영향력이 강화될 때 <<중국적인것>>과 <<한국적인것>>과의 관계는 다시 전자의 우위로부터
후자의 우위로 전환될수 있다.
아무튼 중국 조선족이 가지고있는 독특한 생활환경, 이중정체성과 그에 기인되는 중국 조선족문학의
이중적성격은 민족비극의 소산인 동시에 잠재적창조력을 내포하며 새로운 문학의 지평을 열수 있는 전제로 된다고 본다. 그 까닭은 아래의 세가지로
설명될수 있다.
첫째로 고금중외의 문학사를 살펴보면 대체로 문학의 무게는 체험의 무게와 정비례되며 국토의 길이와 너비는 문학의
길이와 너비를 규정한다. 구라파사람들의 해양진출과 아메리카대륙의 발견이 없었다면 오늘의 미국문학을 상상할수 없으며 오직 로씨야의 광활한
대지에서만이 똘스또이, 도스토예프스키, 뚜르게네브와 같은 대문호가 탄생할수 있었다. 우리 문학의 체험적공간과 지맥을 넓혀준 혜초의
<<왕오천축국전>>과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도 같은 맥락에서 풀이될수 있다. 좁은 공간에 갇힌
민족, 세계와 단절된 국가는 위대한 문학과 예술을 창조할수가 없다. 자의(自意)든지 타의(他意)든지를 막론하고 우리 민족의 해외로의 진출은
새로운 자연과 국민 및 그 문화와 접할수 있는 기회로 되였으며 새로운 지역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우리 민족문학을 창출할수 있는 계기로
된다.
중국 조선족이 살고있는 북방지역?이 광활한 산야와 동토의 땅, 이색적인 풍속과 습관, 색다른 국체와 리념 등은 모국의
문학에서 볼수 없는 대륙적인 정서와 미를 부여할수 있다.그 보기로 리육사, 유치환의 시들이나 최서해, 안수길의 소설들을 들수가 있다. 또한
광활한 대륙에서 한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과 어울려 살아가는 중국 조선족작가들은 대륙민족의 우수한 언어, 문학전통에서 자양분을 섭취하여 그
문학적내용은 물론이요, 그 표현에 있어서도 참신성, 또한 중후미(重厚美)를 기할수 있다. 중국문화에 대한 수련을 깊이 쌓은 김학철, 리원길,
장정일, 김관웅 등의 작품들에서 우리는 이를 확인할수가 있다.
둘째로 이중적정체성의 내적갈등과 그 극복은 문학의 심오한 주제를
약속해주며 세계문학으로 승화할수 있는 내적창조력으로 된다. 이중적정체성을 가지고 이중적언어생활을 하는 재외동포는 단일한 정체성을 가지고 단일한
언어생활을 하는 <<국민>>과는 달리 량쪽의 주류민족으로부터 오는 <<멸시>>와
<<배척>>을 받게 되고 그로부터 이중으로 소외된 삶을 살게 되며 극심한 심리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청나라 말기 또는
중화민국때 <<변발역복, 귀화입적>>을 강요받으며 개밥에 도토리격으로 살아야 했던 이주민들의 설음과 한, 모국에서도
인간대접을 받지 못하고 불법체류자로 숨어살아야 하는 요즘의 조선족들의 사정이 그 전형적인 보기라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소외된 삶을 강요당하는
가운데 <<제3의 눈>>--비교적인 관점을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주류에서 밀려난 삶, 소외된 삶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것이 바로 예술이고 문학이다. 거주국에서는 물론이요, 심지어 모국에 가서도 당당하게 주인공으로 살지 못하고 주변으로 밀려날 때 그들은 심각한
내적갈등을 경험하게 되고 차츰 상대적이고 비판적인 안목으로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고국땅에서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세상사와 인간의 문제를 단순히 민족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문명사적이고 범인류적인 관점에서, 다시 말하면 보편적인 관점에서 새롭게 볼수 있게
해준다.나라도 없이 세계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고있는 유태인중에 특별히 위대한 음악가, 미술가, 문학가, 과학자가 많은것도 이런 까닭으로 설명될수
있다. 바꾸어말하면 지극히 민족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지평에 가장 가까이 육박할수 있었던 수많은 유태인 천재들의 업적이 증언하듯이 모든 분야의 가장
값진 창조물들은 동성동본의 결합으로 근친상간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종교배 혹은 잡종교배에서 탄생되는것이다.
재일동포의 문학은
이중적정체성의 갈등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본 민족에게는 물론이요, 거주국 일본의 정직한 독자들에게까지도 커다란 공명대를 획득하고있다.
김사량의 단편 <<빛속에서>>로부터 시작해 애석하게도 너무 일찌기 목숨을 끊은 김학영의 소설들과 리회성의
<<쪽발이>>, <<다듬이질하는 녀인>>, 그리고 녀류작가 리양기의
<<유희>>에 이르기까지 이중적정체성의 갈등과 그 예술적극복?이는 재일동포문학의 한갈래 중요한 사상적흐름을 이루고있다.
최근 미국계 한국인 문단에 발표된 김란영의 <<토담>>(1986)과 리창래의
<<본토박이>>(1995)도 미국이라는 이방에 살고있는 미국계 한국인의 이중적정체성과 그 갈등을 예술적으로 다루고있어
주목을 받고있다.
일찍 1920~1930년대 중국에 와서 혁명투쟁에 투신한 김산 역시 이중적정체성의 갈등을 체험했던 사람이며 그와
님 웨일즈의 공저로 되여있는 소설 <<아리랑>>은 바로 그러한 점에서 우리를 감동시키고있다.
하지만 중국
조선족의 경우 오랜 새월 이중적정체서으이 갈등을 체험해왔으나 그것을 표현할수 있는 자유를 부여받지 못했다. 한때 모국 또는 모국의 력사와 문학에
대한 관심은 근거 애매한 의혹과 불신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개혁, 개방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문학의 시대를 맞아 이러한 이중적언어생활,
이중적정체서으이 갈등을 형상화하고 그러한 갈등을 극복, 승화시켜 보편적인 인간해방의 시각으로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있다. 남영전의 토템시와 정판룡의 실화 <<고향떠나 50년>>과 김재국의 실화 <<한국은
없다>>등이 그 보기라 하겠다.
셋째로 중국 조선족작가들이 가지고있는 언어적우세와 새로운 문학 패턴에 대한
포용적자세이다. 조선족작가의 경우 모국어 조선어는 물론 중국어와 일본어 또는 영어를 알고있다. 적어도 모국어와 중국어를 통해 자유자재로 동서양의
새로운 문학사조와 류파들을 수렴해 자기의 문학을 살찌울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있다. 우리는 리원길이나 정세봉, 최홍일이나 리혜선의 일부 전위적인
작품들을 통해 이를 확인할수 있다. 최홍일은 일본에서 <<도시의 곤혹>>이란 중편소설을 낸바 있는데 최근에 펴낸 중편
<<흑색의 태양>>은 현대소설의 다양한 문학장치와 기법들을 원숙하게 활용해 독자들을 매료시키고있다. 그 성공의 비결은 바로
작가 자신을 비롯한 민족의 실존에 대한 깊은 고뇌와 현대적인 소설기법의 수용?이 량자의 결합에 있다.
한마디로 이중적정체성의 갈등과
그 예술적극복, 승화는 우리 재외동포문학의 영원한 주제요, 세계문학과 대화, 접맥할수 있는 계기로 된다고 하겠다. 일본이 리회성과 리양기 등
작가들에게 <<아꾸다가와문학상>>을 주고 미국이 리창래에게 <<헤밍웨이문학상>>을 준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바로 재외동포작가들이야말로 세계속의 한국문학(또는 조선문학)의 잠재적창조성을 기약하는 귀중한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바꾸어말하면 장정일의 말 그대로 중국 조선족문학도 <<변두리문학의 모종 가능성>>을 보여주게
될것이다.
4. 맺는 말
몇해전 계명대학교에서 열린 <<해외 한민족과 차세대>>라는
학술회의에서 만난 재미한국인 학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역시 경상북도 대구출신, 대학을 나오고 미국에 시집을 간 그녀, 김포공항에서 가족들과
눈물로 갈라질 때 어머님께서 하신 말씀--<<미국에 가더라도 한발은 붙이지 말고 살다가 아무때든 한국에 돌아와 살아야 해.두발을 다
붙이고 살다간 영영 미국인이 되는거야.>>그래서 그녀는 몸은 뉴욕에 있었지만 마음은 항상 미국과 한국사이를 넘나들었다. 어머님 말씀
그대로 아들딸을 낳아 키우면서도 두루미처럼 한다리는 접고 살아온것이다. 말하자면 극심한 이중적정체성의 갈등과 고민을 겪어온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택시를 타고 뉴욕의 번화가를 지나가던 중, 불개미떼처럼 늘어선 각양각색의 승용차들속에서 새빨간 <<쏘나타>>승용차 한대를
발견했다. 그녀는 금시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게다! 각양각색 승용차의 홍수속에서 밀리고 쫓기는 한국제 <<쏘나타>>,
하지만 꾸준히 자기가 가야 할 길을 가고있는 <<쏘나타>>, 그녀는 새삼스럽게 자기 삶의 좌표를 발견했고 자아의 힘과
가치를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그번 학술대회에서 발언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렇게 활기찰수가 없었다.
우리 중국조선족은 대체로
민족집거구에 살고있는것만큼 그 재미한국인 녀성보다는 사정이 다르다고 할수 있다. 그렇지만 광활한 북방대륙에 외로운 섬처럼 떠있는 민족집거구?그
역시 본질적으로는 뉴욕거리의 승용차 홍수속에 끼여 앞으로 나아가는 <<쏘나타>>에 다름없다.
중국 조선족은
21세기에도 대륙문화와 반도문화의 접경지대에서 이중적정체성을 가지고 이 땅의 새로운 력사와 문학을 창조할것이다. 그리고 대륙문화와 반도문화와의
결합, 이중적정체성의 갈등과 그 승화를 통해 가장 민족적이면서도 전체 인류의 공감대를 획득할수 있는 명작을 내놓을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중국
조선족의 상술한 노력과 결실은 최종적으로 우리 민족문학의 공간을 확장하고 우리 민족 문학을 다채롭게
장식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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