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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21세기 포석

이강기 2015. 10. 8. 17:59

중국의 21세기 포석


  - 정치.경제제도 국제표준 지향, "대국"화 의지 높여 -
      (니혼게이자이, 97. 9. 20)
 
<> "문민통제" 체제 갖춰


"등소평씨가 제창한, 부강.민주.문명 국가를 21세기 중반까지 건설한다." - - .
새 지도부를 발족시킨 강택민 총서기(71. 국가주석)는 9월 19일 북경 인민대회당
동쪽 홀에서 지도부를 구성하는 새 정치국상무위원 6명을 한 사람씩 소개하며 기
자단에게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21세기", "신세기"라는 말을 여러번 사용함으
로써 선진국을 따라 잡으려는 새 지도부의 강렬한 의지와 자신감을 보여줬다.
중국이 국력을 급속히 늘여감에 따라 아시아 주변국과 미국에서는 "중국위협론"
이 서서히 고개를 들어 왔는데, 이를 불식하고 21세기에 세계와 공존할 수 있는
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중국류의 정치.경제제도를 투명화하여 "국제표준"에 가깝
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중국정치에 영향력이 큰 인민해방군을, 당우위 원칙이라고 하는 중국판 "문민통
제"의 구조아래 넣으려고 하는 노력도 그 하나이다. 19일의 인사에서는 그간 촉망
받았던 張万年 중앙군사위 부주석(69)이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오르지 못해,  결과
적으로 최고지도부로부터 군부가 "배제"되는 느낌을 줬다.
당 중앙위원회는 한 수준 아래의 정치국원에 2명의 군인을 선발함으로써 일응 군
부를 배려했다. 그러나 중국정부 간부는 "아주 중요한 정책은 정치국상무위원이
결정한다."고 설명하고 있어, 기구면으로 보아 해방군의 정책결정 관여도가 크게
낮아졌다.

 

<> 2010년까지 법체계 만들어


미.일안보체제강화 움직임을 비판해 온 중국은 한편으로 미.일양국의 우려를 덜어
주기 위해서 좀 늦긴 하지만 "문민통제"의 방향으로 발을 내딛는 것 같다. 올 3월
에는 처음으로 국방법을 제정하여 "당이 군을 지도한다."고 명기했다. 18일에 선
출된 당 중앙위원에서 점하는 군인비율도 종래 수준에 머물렀다. 북경 외교소식통
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대외적으로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지연되고 있는 법치제도도 "국제인지" 획득에 장해가 된다. 국유기업에 융자한 외
국 금융기관에 의하면, 합법적인 수속을 밟아서 채권을 회수하려고 해도 현지 지
방정부나 사법기관에 의해 저지를 당하는 경우가 비리비재하다고 한다. 江 총서기
는 당대회 첫날인 12일의 연설에서 "2020년까지 중국의 특색을 가진 사회주의법률
체계를 구축한다."고 함으로써 구체적인 기한을 설정했다.
부정행위의 적발을 담당하는 尉健行 중앙규률검사위서기(66)를 정치국상무위원으
로 발탁한 것은, 법치강화를 향한 포석이라고 하는 면도 있다. 공산당소식통에 따
르면, 중국은 각지에 중앙규률검사위의 "지부"를 설치하여, 당원들의 법률남용을
감찰한다고 하는데 尉서기가 이를 총괄한다.
"개혁.개방"정책의 아버지인 고 등소평씨는 미쳐 정치체제개혁에 손을 대지 못한
채 죽었다.


<> 정치체제 개혁 필요

정치제제개혁은 효율적인 행정을 실현하고 인권문제를 둘러싼 미국과의 마찰을 줄
이든가 피해가기 위해 거치지 않으면 안될 관문이다.
강총서기는 정치체제개혁의 제 1보로서 농촌부수장의 직접선거를 추진할 생각인
데, 선거감독을 맡을 민정부간부는 "현지 지도자에 의한 부정행위가 많을 것"이라
며 대상지역을 급속히 확대해 나갈수 없는 어려움을 실토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지향하고 있는 중국으로선 미.일등 주요국과의 안정된 관계가 불가피
하다. 대국에의 길을 공고히 하는데는 정치면의 "개혁.개방"의 성패에도 달려 있
는 것이다.

2. 국유기업 주식제 - 경쟁력제고와 재정강화

"중국의 학교와 병원의 3분의 1은 국유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도데체 이러한
기업이 세계 어디에 있겠는가?"
주식제의 본격도입을 결정한 제 15회 공산당대회 기자회견에서 국가경제체제 개
혁위원회의 張皓若부주임은 갑자기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반문했다.


<> 국유기업군에 매스


92년의 제 14회 당대회가 제기했던 "사회주의시장경제"는 눈에 뜨일 정도로 급
진전하여 중국을 변모시켰다. 상해나 심천의 증권시장에는 경영이 양호한 국유
기업을 중심으로 약 700사가 상장하여, 서민레벌에서 주식투자가 부움을 이루는
단계에까지 도달했다. 증권시장정비나 시장운영의 노하우도 조금씩 축적되고 있
다.
한편 이번의 주식제도입에 의한 국유기업개혁으로 지금까지 상장이 되지 못하고
남아있던 국유기업군 약 12만사에 대해 매스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급료도 제때
에 지불하지 못하고 있는 국유기업도 많아, 주식화로 개혁의 중요한 계기를 삼을
것"이라고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張부주임이 언성을 높인 것은,
그처럼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고 계획경제시대의 체질이 남아있는 국유기업에 대
해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다.
강택민 지도부가 현재 굳이 난제해결에 발벗고 나서는 배경에는 거시적 미시적 양
면의 요인이 있다.
78년에 31.2%에서 96년엔 10.9%로 - -. 중국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재정수입 비
률이 20년만에 3분의 1로 저하한 것은, 국유기업의 업적부진에 의한 세수의 신장
세 둔화와 징세효율악화가 원인이다. 지출면에서도 국유기업에 대한 보조금부담이
점점 과중해지고 있다.
선진각국은 경제규모에 걸맞은 일정규모의 재정지출로 인프라정비나 사회복지등에
대처하고 있다. 강총서기가 이번에 목표로 내세운 선진국으로의 도약에는 국유기
업개혁을 통한 재정능력의 강화가 제 1과제가 된다.


<> 기업규모확대 호기


"국제시장을 겨냥한 기업 만들기에 일대 계기가 될 것이다." 북경에서 9월 12일에
기자회견을 가졌던 대형 자동차 메이커인 第一汽車등 국유기업 5사의 경영진들은
주식제도입의 이점을 이렇게 표현했다. 주식회사는 자금조달능력확대뿐 아니라 타
사를 인수하여 기업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 들어 국유전기 메이커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1개월간에
도 광동성의 TV세트 메이커인 대형 TCL 그룹이 호남성의 美樂電子와 합병했으며,
그 외 중국최대의 TV 세트 메이커인 長虹電子는 강소성의 南通三元實業을 산하에
흡수했다.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세계무역기구(WTO) 가맹을 앞두고 브랜드힘이 강한 외
자기업들의 공세로부터 국내시장을 지키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세
계시장진출에 대한 사전포석이기도 하다. 중국산업이 선진국 메이커들의 수출생산
거점이라고 하는 지위로부터 벗어나 국제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선진국진입의 필요
조건이기 때문에 주식제는 그 촉매제역할을 할 것이기도 하다.

<> 불량채권문제 부상


하지만 주식회사화는 필연적으로 국유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종업원들의 복지기능
을 축소하거나 인원삭감을 불러올 것이다. 주식화에 의한 기업회계의 투명성은
"9천억元(약 1,120억 달러)"(북경금융관계자 말)이라고 하는 불량채권문제를 부
상시키게 된다. 기업회계의 불투명성이 차입금에 의한 과잉생산이나 부동산투기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었다.
내년 3월에 총리승진이 확실시 되고 있으며 현재 국유기업개혁의 선두에 서 있는
朱鎔基부총리는 세제개혁에도 큰 역할을 해 왔다. 재정균형을 중시하는 총리의 등
장은 세수확대를 위해서도 가차없이 국유기업들의 개혁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
다.

3. 내륙인맥의 등용 - 안정과 성장의 관건


"중앙이 그정도로까지 내륙을 중시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중국공산당 제 15회
당대회에서 중앙 의사단이 중앙위원 리스트를 발표할 때 지방 대표자들로부터 터
져나온 놀라워하는 반응이었다.
<> 신강 자치구 출신 4명 한꺼번에 중앙위원으로
중앙위원(193명)에 내륙 가운데서도 가장 오지에 속하는 신강 위구르 자치구에
서 온 4명이 한꺼번에 새 맴버로 뽑혔기 때문이다. 자치구 당위원회의 王樂泉서기
와 張文岳, 아부라티 아부드라시티 두 부서기가 일제히 승격하였으며, 신강구 인
민해방군 李良輝사령관도 중앙위원으로 발탁됐다. "동일지역에서 동시에 4명이나
중앙위원으로 승격시킨 것은 전레가 없는 일"이라고 지금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
는 상해 당관계자도 지적하고 있다.
내몽골 자치구 당위원회에서도 劉明祖서기와 雲布龍부서기가 중앙위원으로 승격했
다. 티벳 자치구 당위원회에서도 陳奎元서기와 熱地부서기가 중앙위원으로 유임됐
다. 정치의 중심이 내륙으로 이동해 가는듯한 이러한 이례적 조치 배경에는 "내륙
부에는 소수민족이 많고 그들의 독립운동을 억압해 온 강택민총서기의 그들에 대
한 배려를 반영하는 것"(서방 외교소식통)이다.


<> 카리스마성이 약해


신강에서는 지난해부터 위구르족 과격파의 범행으로 보이는 버스 폭발사건등이 빈
발하고 잇다. 올 2월에는 동 자치구의 伊寧에서 이슬람교도와 공안당국 사이에 격
렬한 충돌이 일어나 다수의 사상자들을 냈다.
3월에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 국회에 해당) 때문에 엄격한 경계태세하에 있
던 북경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이것도 위구르족 과격파에 의한 범행인 것으로
보이며, 티벳이나 내몽고에서도 독립을 요구하는 소리가 높다.
이번 당 대회에서 강총서기는, 라이벌로 알려진 喬石 전인대상무위원장(국회의장
해당)을 당 중앙에서 인퇴시켰다. 정권기반을 공고히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데,
1989년의 천안문사건후 상해시장에서 중앙으로 올라온 강총서기가 창업자인 고 모
택동이나 중흥의 시조라 할 수 있는 고 등소평에 비하면 그 카리스마성이 떨어지
고있는 것이 큰 결점이라 할 것이다.
강총서기가 통솔하고 있는 당중앙은 내륙의 안정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독립운동이 활발한 티벳에서는 무력으로 독립운동을 억압하던 종래 방법에서 벗어
나 새로운 정신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900개 이상의 사원에서 3만명이 넘는 티
벳 불교승들에게 애국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독립의식을 약화시키고, 인도에 망명
중인 불교지도자 다라이 라마 14세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동 자치구에서는 경제적으로도 불교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요사원들의 승려수
나 수지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신강에서는 "테러사건은 소수파의 범행"이라는 판
단 아래 주모자 사형등을 포함해 엄격히 대응하고 있다.

 

<> 7대 1의 수입격차


내륙중시 인사는 연해부와의 격차축소를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국무원(중앙정부)에 의하면, 개혁개방이 시작된 79년부터 95년까지 연해부의 경제
성장은 평균 연간 12.8%에 달했지만, 중부는 9.3%, 서부는 8.7%에 그쳤다. 1세대
당 연간수입(95년 기준)은 광동성이나 상해같은 도시에서는 7천元이 넘는데 반해
내륙부의 신강, 티벳, 貴州등의 농촌에선 1천元 전후다.
이러한 것들이 중앙에 대한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 국무원은 2000년까지의 제
9차 5개년 계획에서 국제금융기구나 외국정부에 의한 융자의 60%이상을 중서부개
발에 돌릴 계획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그 실행부대로서 李長春 하남성 당서기등
내륙에 기반을 가진 실무가를 당 중추인 정치국원으로 발탁했다.
연해부와 내륙부의 격차시정은 국유기업개혁과 병행하여 큰 과제가 되고 있다. 중
앙의 의향에 잘 따르지 않고 있는 내륙을 장악하여 21세기를 위한 경제발전을 실
현하는 것, 강총서기가 취한 "내륙인맥"의 등용은 그것을 위한 포석이다.

4. 전방위외교 가속 - 대만문제 대응 열쇠로


<> 등소평노선을 재확인


10월 말 강 총서기의 방미, 11월에는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방중과 이붕총리의
방일이 에정돼 있는등 중국의 전방위 외교는 이번 당 대회를 계기로 훨씬 가
속화되고 있다.
강 총서기가 9월 12일에 행한 당 대회 보고에서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대외전
략에서도 등소평노선을 견지할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는 사실이다. 등소평
은 78년 말 실권을 장악한 이후 국내경제의 근대화를 최우선시하여 외국과의 관
계개선에 진력했다.
89년 천안문사건으로 총서기에 취임한 강택민의 경우는, 한때 서방측 제국의
"和平演變(중국공산당체제의 평화적 전복)을 기하고 있다."며 경계적인 발언을
눈에 띄게 많이 했지만, 이번 보고에서는 그러한 기조가 많이 수그러들었다.
"국제정세는 총체적으로 보아 계속 긴장완화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세계
대전을 피하고 쾌청한 평화적 국제환경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 -. 강 총서
기는 대외정책에 관한 보고부분의 모두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것은, 중국외교가 개혁.개방정책을 계속 펴 여러 외국들과 선린관계를 유지했
던 80년대로 회귀하려는 뜻을 나타낸 것인지도 모른다. 그 배경에는 포스트 등소
평시대의 과도기를 맞았던 94년부터 96년에 걸쳐 중국의 대외자세가 경직되어 일
부 외국의 반발이나 중국 위협론이 높아진 것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다.
95년 6월의 이등휘대만총통의 방미를 기화로 중국군은 대만해협에서 대규모적인
군사연습을 하였으며, 96년 봄 대만총통선거때는 미국과의 군사충돌조차 걱정될
정도의 사태를 일으켰다. 이 바람에 중국위협론이 불거저 나온 것이다.
95년 여름부터는 중국내에서 애국주의운동이 급속히 일어나고, 96년에는 일본정치
단체가 尖閣열도에 등대를 세우는 등의 움직임과 겹쳐 중.일관계도 국교회복후 최
악의 상태에 빠졌다. 대외강경책을 제창하는 군부나 보수파의 대두를 예상하는 정
보가 이어지고 강체제의 안정도를 의문시하는 견해가 강했다.

<> 단기간에 궤도수정

그러나 그 후 중국외교의 궤도수정은 재빨랐다. 미 클린턴 정권에 대해 "하나의
중국"원칙을 재확인시키며, 단기간에 관계수복을 시도하고, 다음달 말에는 강택민
이 국가주석으로서 미국을 처음으로 공식방문하기에 이른다.
9월초순의 하시모토총리의 방중으로 중.일관게도 개선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11
월에도 이붕총리, 내년에는 강주석의 방일이 에정돼 있어, 중국의 전방위외교는
최근 1년이라는 단기간에 급진전하고 있다. 더구나 친선관계를 가지고 있는 러시
아의 옐친대통령도 11월 중에 방중하여 중.러 수뇌의 정기교류가 시작된다.
강택민이 당대회 보고에서 유연한 외교정책을 표출한 것도 이러한 대외환경 개선
에 자신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강택민 방미때는 "중국은 수백억 달
러의 미국상품 구입계약을 체결"(중국계 홍콩지 廣角鏡 보도)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제의 고도성장이 제 외국의 중국경사를 유도하여 최근 5년간 중국이 국
교를 수립한 국가는 5개국이 증가, 총 160개국에 이른다. 중국이 국내건설을 우선
시하여 평화외교를 전개하는 한 전도는 밝을 것으로 보인다.


<> 고립감 짙어가는 대만


최대의 과제는 대만문제다. 중국외교의 급진전이 대만의 고립감을 증폭시켜 대만
내부에서 독립으로 활로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압박
하면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무는" 사태를 초래, 다시 대만해협에 긴장이 감돌게 될
지도 모르는 일이다. 주권회복후의 홍콩통치는 대체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고도의 자치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 어떨지가 제 2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