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本, 韓.日 關係

"목마른 쪽이 우물 파겠지" -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생각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이강기 2015. 10. 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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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른 쪽이 우물 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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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4.12.09 05:45

    日, 역사 문제 加害 의식 없고 미·중 영향 아래 있는 한국을
    對中 관계 종속 위치로 인식… 일본과 과거史 논하기보다
    평범한 제3국으로 재정의해 우리의 거래를 多邊化해야

    김대중 고문 사진
    김대중 고문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할 생각도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

    이것이 한·일 관계 경색과 관련해 11월 마지막 주, 일본 정치인·지식인·언론인들을 취재한 결과 얻은 결론이다. 한마디로 "목마른 쪽(한국)이 우물 파라"는 것이고, 속내를 들여다보면 "한국이 하늘 높은 줄 모르더니 어디 한번 당해보라"는 식이다. 일본은 느긋하고 우쭐하고 교만했다.

    일본의 대한(對韓) 자세는 두 가지 관점에서 제기되고 있다. 먼저 국민 정서 측면이다. 한 언론인은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 사람들은 일본이 언제까지 몇 번이나 사과해야 하느냐고 짜증 내고 있다"고 했다. 또 보상 문제에 관해서도 "한·일 청구권 협정에서 이미 정리된 것을 이제 와서 왜 다시 들고 나오느냐"는 것이다. 총리를 지낸 원로 정치인은 아베 총리의 입장을 두둔하며 "군(軍)이 위안부 문제를 관리했다는 기록이 없다"면서 "일본은 국가로서의 범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인터뷰에 응한 10여명의 인사에게서 공통적으로 들은 얘기는 "그나마 한국 측이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위안부 동상을 제거한다면 혹시 대화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독도 문제에는 더욱 완강했다. "다케시마 문제에 온건한 입장을 가진 정치인은 일본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 일본의 일부 지식인과 학자들이 무슨 얘기를 하든 그것은 그들의 주장이고 일본은 독도를 거론하는 것조차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 전직 언론사 주필은 "아베가 시진핑과 만나 조정한 센카쿠 케이스처럼 독도 문제도 '서로 견해를 달리하는 것으로 합의(agree to disagree)'하는 선에서 방치해두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마지노선(線)이라고 했다.

    일본의 대한(對韓) 자세는 국제정치적 측면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면 한국 문제는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이 아베가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을 극구 성사시킨 배경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동북아시아라는 바둑판에서 한국은 부차적 존재이며 중·일 관계의 종속적 위치에 있다는 인식이다. 게다가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는 데 일본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는 미국의 전략적 사고를 배경으로 업고 있는 한 한국의 존재는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판단이다. 결국 아베는 미국·중국과 함께 '큰 그림'을 그리면 됐지 미국과 중국의 영향력하에 있는 한국은 안중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일본을 향해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과 위치는 이제 별로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그의 독도 발언과 일왕 사과 발언에 못지않게 일본인들을 '모욕'했다는 것이다. 한국이 한류·삼성·현대차 등 몇몇 성장에 심취해 일본을 깔보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가해(加害) 의식이 없는 듯했다. 놀랍고 뻔뻔스럽게도 일본은 자기들이 2차대전의 피해자일 뿐으로 여기고 있었다. 전쟁 발발의 원인과 참혹상, 식민·군국주의의 폐해를 가르치지 않은 일본 교과서 탓에 일본의 40·50세대는 현대사를 모르기 때문이다. 인터뷰한 일본 지성인들에게 패전국인 독일은 독일이 분단됐지만 일본은 일본 대신 식민지였던 한국이 분단된 사실, 한국은 해방 70년이 넘는 지금까지 친일(親日) 논쟁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실, 독일은 오늘의 독일과 히틀러의 나치를 완전히 별개로 분리하고 있는 데 반해 일본은 오히려 군국 제국주의로 복귀해서 그 정신을 승계하고 있다는 등의 지적과 반론을 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일본은 머지않아 한국이 숙이고 들어올 것"(민단 관계자)으로 보고 있었다. 지금 한·일 문제는 막후의 '통로'가 없다는 데 있고 앞으로는 역사 인식이나 언어 소통에서 갈수록 세대 간 거리감이 생길 것이라는 점에서 전망이 어둡다. 한·일 경색은 지도부의 문제만이 아닌 듯하다. 누구의 주장처럼 공기(空氣)와 흐름과 분위기가 지배하는 일본에서 한·일 문제는 국민 간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일본인들에게는 지금 혐한론(嫌韓論)이 대세다. 아베가 주도하는 것이라기보다 아베가 국민의 흐름을 이용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들은 "우리가 너희보다 인구도 3배이고, 국토도 3배이고, 잘사는 것도 3배"라는 '힘의 논리' '세(勢)의 논리'에 안주하는 듯 보였다. 그런 논리 앞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보다 잘살고, 보다 힘을 기르는 내공뿐이라는 것을 느꼈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경색은 한국 고통의 원인 제공자인 일본이 가해자 입장에서 풀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는 씨도 먹히지 않음을 확인한 취재 여행이었다. 그래서 일본과의 관계를 '특수 관계'로 설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일본을 '평범한 제3국'으로 재정리하고 우리의 거래를 다변화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새삼 일본과의 과거를 거론하고 역사를 얘기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고 무의미한 것인가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