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記事를 읽는 재미

2004년 여당(열린우리당)의 새 신문법안에 대한 비판 사설, 칼럼 모음

이강기 2015. 10. 28. 10:04

조선일보

 

[사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미운 신문 잡겠다?

 

입력 : 2004.12.01 18:31 25'
 

 

열린우리당은 신문법안에 ‘무료신문을 제외한 일간신문’으로 돼 있는 시장점유율 규제대상을 고쳐 ‘서울에서 발행되는 종합일간지’에만 국한하기로 했다. 당초 여당의 신문법안은 종합일간지, 경제지, 지방지, 영자지를 포함한 일간지시장에서 1개사 점유율이 30%, 3개사 합계가 60%를 넘으면 공정거래법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제받도록 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된 신문사는 재계의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신문 판매, 가격 결정, 광고 수주 등 모든 경영상황을 상시 감시받게 된다. 공정거래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규정하면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맞는다. 연간 매출이 3000억~4000억원인 신문사는 과징금이 100억원을 웃도는 치명상을 입게 되고 그걸 몇년 전의 과거로까지 소급하면 문을 닫게 될 판이다.

원래 신문법안으로 하면 조선·동아·중앙, 3개 주요 신문은 점유율 합계가 44%여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다. 그래서 점유율 산정대상에서 경제지와 지방지, 영자지, 스포츠지를 빼고 서울지역 10개 신문만 따지면 3사의 점유율은 69%까지 급증하면서 규제대상 사업자에 포함된다는 점을 노린 것이 여당 개정안의 의도다. 정부가 조선·동아·중앙 3사의 목을 노리는 칼날을 쥐고 한겨레를 비롯한 중소 신문엔 신문발전기금을 통해 공공연히 금전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여당 신문법안이 확정, 발표된 이래 여러 헌법학자들은 신문 점유율 규제가 신문사에 따른 차별적 규제를 합법화함으로써 헌법의 평등권과 영업권을 침해하는 위헌조항이라고 지적해 왔다. 규제 기준이 일반 기업에 대한 공정거래법 기준(1개사 50%·3개사 75%)보다 훨씬 가혹한 것도 위헌소지가 큰데 규제대상 신문을 발행 지역과 분야에 따라 한정하는 것은 차별의 위헌성을 더욱 노골적으로 키우는 일이다.

현대 여론시장에서 신문의 위상은 점점 줄어들고 방송과 인터넷의 영향력이 갈수록 증대되는 것이 추세다. 이 정부는 손 안에 든 이름뿐인 공영방송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는 여론시장의 큰 손이다. 그런데도 신문 점유율에만 시비를 걸다가 이제는 ‘서울서 발행하는 종합일간지’만이 여론시장의 전부라고 주장하고 있다. 점유율 대상에 서울신문은 해당되고 부산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는 해당 안 된다는 게 그 신문들은 신문으로서 영향력이 없다는 말인가. 당치도 않은 논리다.

여당은 점유율도 공정거래법의 매출액 기준이 아니라 발행부수로 산출하도록 법안에 명시하겠다고 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3개 사만 객관적 부수 조사기구인 ABC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신문의 부수는 어떻게 알아내 점유율을 계산하겠다는 것인가. 결국 잣대를 자의적으로 휘둘러보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이제 집권세력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신문법안의 표적이 무엇인지를 내놓고 실토하고 있다. 미운 신문을 잡기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건 헌법이건 체면이건 세계의 눈길이건 가리지 않겠다는 말이다. 국민을 우습게 알고 갈 데까지 막가겠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한마당―노동일] ‘이상한 법’
기사입력 : 2004.12.01, 18:22
최근 미국 보스턴에서 인디언의 시내 출입 금지 법률이 329년만에 폐지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영국 식민지 시대 매사추세츠주 인디언 부족과 백인 정착민 사이에 전쟁이 한창이던 1675년 제정된 ‘인디언 수감법’은 인디언들이 보스턴 시내로 들어오면 모두 체포하도록 하고 있다. 필요할 경우 총독의 허가를 받은 뒤 무장군인 2명의 안내를 받아야 시내에 들어설 수 있다. 이 법은 사문화된 후에도 공식 폐지되지 않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유효한 법률로 남아 있었다. 지금 보면 우습지만 법 제정 당시에는 인디언들이 시내에 나타나 시민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한다.


미국 여러 주에는 이처럼 법전에만 있는 이상한 법이 많다. ‘쓰레기나 먼지를 양탄자 밑에 넣는 것을 금한다’는 법 등은 그 목적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많다. 예컨대 ‘남편은 한달에 한번 아내를 때려도 된다’는 법 등이 그것이다. ‘모든 범죄자는 범행 24시간 전에 범행대상자에게 통보해야 한다’는 법처럼 의도는 좋지만(?)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법도 있다.

여당이 이미 제안한 신문법안의 내용을 재차 수정키로 한 데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신문사의 점유율 규제대상(1개사 30%,3개사 합계 60% 이상)을 무료신문만 제외한 모든 일간지로 하려던 방침에서 경제지 지방지 영자지 등도 제외한 중앙일간지로 국한하겠다는 것이다. 원안대로 할 경우 특정 3개 신문사의 점유율이 44%밖에 안돼 규제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이다.

법적 정당성의 중요한 요소는 규제의 일반성이다. 법의 실효성도 중요한 요소다. 그런데 이번 법처럼 특정한 대상을 염두에 둔 입법은 정당성 확보도 어렵고 실효성도 의심스럽다. ‘자전거 일보’ ‘비데 신문’ 등 신문시장의 부끄러운 행위는 당연히 규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현행 공정거래법의 강력한 집행으로도 충분하다. 있는 법도 제대로 집행하지 않으면서 새로 법을 만들고,게다가 스스로 설정한 기준마저 자의적으로 바꾼 것은 특정 3개 신문을 겨냥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얼마 전 일부 인사들이 성매매특별법을 ‘이상한 법’으로 지칭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그 발언에는 동의하기 어렵지만 법의 실효성 등을 염두에 둔 언급으로 보인다. 그런데 실효성은 물론 정당성마저 의심되는 법은 그야말로 ‘이상한 법’일 수밖에 없다.

노동일 논설위원 dinoh@kmib
 
 
동아일보
 
[사설]‘비판신문 죽이기’ 속셈 드러났다

열린우리당이 신문법안을 다시 수정한 것은 ‘언론개혁’을 내세운 이 법안이 실제로는 비판신문을 겨냥한 악법(惡法)에 지나지 않는다는 명백한 증거다. 당초 이 법은 일간신문 1개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3개사의 점유율 합계가 60%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각종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이 조항도 공정거래법이 정한 기준인 1개사 시장점유율 50%, 3개사 합계 75%를 훨씬 낮춰 적용해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새 기준으로도 동아 조선 중앙일보 3개사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해당되지 않자 법안을 또 고친 것이다.

이것은 특정대상을 미리 정해 놓고 법조항을 멋대로 재단하는 ‘표적입법’의 전형이다. 이번에 점유율 계산대상에서 경제지, 지방지 등을 모두 빼버리고 서울에서 발행되는 10개 종합일간지로 한정한 것은 여당이 ‘3개 신문 죽이기’라는 속내를 만천하에 드러낸 꼴이다.

여당은 일부 신문에 의한 여론 독과점이 심하고 종합일간지만이 ‘내셔널 어젠다(국가적 의제)’를 다루기 때문에 종합일간지로 국한했다지만 신문 가운데 종합일간지만이 여론형성 기능을 갖는다는 말은 근거 없는 억지다. 여론 독과점 문제를 따지자면 방송이 여론 형성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방송 신문 인터넷 등 전체적인 여론시장에서 3개 신문의 비중을 분석해야 마땅하다.

따라서 여당이 여론 독과점을 들고 나오는 것은 속셈을 숨기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속셈은 정권에 비판적인 신문을 옥죄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악법이 현실화되면 우리 사회는 신문의 권력 감시 기능 약화, 언론자유 위축, 민주주의 후퇴라는 치명적인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여당 법안은 정당성 합리성을 결여했다는 점에서 ‘개혁을 빙자한 횡포’다. 이번 법안 수정으로 도덕성마저 상실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여당은 앞으로 신문법안을 외칠 때 ‘개혁’이란 말을 빼놓고 말해야 한다. 권력측의 속내가 뻔한 이런 식의 언론개혁은 결코 용납될 수도, 성공할 수도 없다.

 

 

 

문화일보

여당 신문법안 침대에 키 맞추려나
열린우리당이 당초 자신들이 국회 문광위에 상정한 신문법안의 원안내용을 수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수정내용은 신문시장 점유율 규제대상(1개사 30%, 3개사 합계 60%)을 당초 무료신문만 제외한 모든 일간지에서 경제지, 지방지, 영자지 등도 뺀 중앙 종합일간지로 국한하고, 점유율 산정기준은 공정거래법상 매출액이 아닌 유료 구독부수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여당의 이 법안이 여론시장의 독과점 현상을 막는다는 겉 명분과 달리 실제로는 언론의 권력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를 감추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이 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언론의 자유 그 본질적 부분이 훼손돼 이 법안이 1차 목표로 삼은 유수 신문뿐만 아니라 신문 전체, 나아가 언론 전반의 공신력이 무너지고 말 것이라는 점 역시 강조해왔다. 우리의 이런 우려와 지적이 점점 여실해지고 있다.

여권은 문화관광부의 유권해석을 받아보고 원안대로 할 경우 특정 3개사의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44%정도밖에 안돼 규제대상에서 빠지는 허점을 뒤늦게 발견했다. 애초에 입법의 일반성과 객관성 원칙을 무시한 채 입법을 서두르다 끝내 자충수를 둔 것이다. 그렇다면 스스로 법안을 철회하는 게 순리인데도 여권은 오히려 원안을 바꿔서라도 특정 3개사를 옭아매는 또다른 무리수를 서슴지 않고 있다. 권위지가 부수가 훨씬 많은 대중지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세계신문시장의 일반적 상황에 비춰보더라도 부수 과다에 따라 여론시장이 좌우된다는 발상 자체부터 잘못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선진국들은 신문,방송과 뉴미디어를 융합한 미디어콘텐츠 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려 하는데 이땅의 정부와 여당은 언론을 친노(親盧)와 반노(反盧), 신문과 방송으로 분할해 통제하려는 구상에만 집착하고 있다. 여권의 언론정책은 그 궁극의 목적이 언론의 비판기능을 약화시키려는 저의라는 게 우리 판단이다. 언론을 위축시켜 그 결과 국민의 눈과 귀를 사실상 가리려는 것은 그 발상 자체부터 비민주적이다.

 

 

중앙일보

[사설] 차라리 '중·조·동 규제법'이라 하라

열린우리당이 신문법상 규제의 핵심 조항인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추정하는 신문시장 점유율을 종합일간지의 유료 부수 비율로 못박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미 이 난을 통해 신문을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범주에 넣어 규제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언론시장의 규제는 다른 측면으로는 독자의 신문 선택권을 간접적으로 제한하자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좋은 신문을 만들어 부수가 늘어나는 것을 정부가 법으로 막겠다고 하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이 어디 또 있겠는가.

여당은 건전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규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현실을 보라. 건전여론을 해치는 것이 소위 조.중.동인가. 이 시절 조.중.동이 존재하지 않았을 경우 이 나라의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참으로 위기상황이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백번 양보해 공정거래법을 적용한다 하자. 공정거래법에는 독과점 업자를 3사 시장지배율이 75%를 넘을 경우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신문법에서는 60%인가. 바로 조.중.동의 부수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 계산에서 그 대상을 중앙의 종합일간지로 국한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화관광부는 모든 일간지(경제지.지방지.스포츠지)를 포함해 점유율을 정해야 한다고 유권해석했었다. 이렇게 될 경우 조.중.동의 점유율은 44%다. 그러니 여당은 어떻게 해서든 조.중.동을 합쳐 점유율 60%를 넘게 만들고자 억지를 부린 것이다. 결국 조.중.동을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해 3사의 경영활동을 정부 감시하에 두겠다는 발상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법 이름을 '조.중.동 규제법'이라고 붙여라.

세계의 미디어 환경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기존 매체와 뉴미디어의 융합으로, 국경을 초월해 거대 미디어로 나아가고 있다. 이런 변화에 국내 언론사들도 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들어도 부족한 마당에 시대를 거슬러 신문을 규제하겠다니 우리 미래는 암담하다. 신문법안의 독소 조항은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