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포도주 시음일

이강기 2015. 9. 2. 09:05

포도주 시음일

 

         - 박원환

 

안녕하셨어요?
저녁 음악이 흐르고 촛불이 있는
포도주 시음일입니다.

제가 예전 그대로라니요
그 때는 여름빛나는 처녀였지요.

축배를 듭시다.
너무 철철 넘친다고 하지 마세요.
우리는 이미 철철 넘치며 살고 있는 걸요.
아니, 넘쳐서 떠내려가고 있어요.

이 포도주같은 왈츠를 추면
그 겨울 새벽 종소리가 다시 들릴겁니다.

벌써 취하셨군요.
제가 담근 포도주가 너무 오래되어
빨리 취하셨나봅니다.

이끼 긴 세월이었지요
그러나 당신은
항시 나의 수정잔이었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누워서 들어보세요.
쏟아지는 사과꽃이에요.

우리의 과거도
저렇게 향기로왔던가요.

어제는 이미 우리의 것이 아니고
우리는 각자의 오늘과 내일로
걸어갈 길이 멀지요.

외투를 입으세요.
무지개 빛 우리 이야기를 잊으시고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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