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휘파람 새는 어디 있나

이강기 2015. 9. 2. 09:03

휘파람 새는 어디 있나

 

             - 박원환

 

날마다 네게 줄 편지 귀절을 생각하며
한 다발 붉은 장미 말리는 나는
시퍼런 빗줄기 쏟아지는 강가에 누워
어딘지 알 수 없는 휘파람 울음소리 듣는다.
젖은 숲 속 프리즘처럼 빛나는 언어가 바람에 흔들리고
미루나무 아래 머리카락 날리며 노래 부르는
우리가 헤어졌던 유월
나는 조그만 등불 밝혀들고
야생초 향기 취한 들판을 걸어간다.
휘파람새는 어디 있을까
사방 검은 쇠북 울리는 산울림
격노한 불꽃놀이 그늘 아래 환상의 정원처럼
내가 자란 옛 성터에서
희미한 기억은 노을 빛 연을 띄우며 서 있고
친구들 얼굴 그리며 놀던 토담 아래 고목이 된 감나무
어깨 치며 미소 짖는다.
행여 그 때 주워다 둔 날개 없는 어린 새 아직도
여기 살고 있을까
도깨비불 뛰노는 솔밭을 지나
내 영혼 밟고 간 너의 발자욱 소리처럼
텅 빈 열차가 지나간다.
청보리 이랑이랑 파도 타며
꽃 이파리 훨훨 뿌리던 뒷뇌매기 들아
잠깨어 나를 보아라
내가 버린 시간들은 찔레꽃 할미꽃 덤불진 돌무덤일 뿐
철교아래 냇물은 마르고
낯 선 사람들이 나를 바라본다.
휘파람새는 어디 있을까
밤이 굴리는 수레바퀴 소리에
내 눈과 귀는 멀어버리고 마음의 평화, 기쁨은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나 어디쯤
뒷 대밭 뻐꾸기 울음 따라
눈물고인 아이 눈동자 같은 아침이 서성이고 있을 것이다.
대바구니 가득 풋감을 따는
무명옷 입은
어머니처럼
나의 아침은 오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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