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옛날에 과수원 지키던 사람
- 박원환
몰려오는 짓푸른 여름이
황금빛 사과향 터뜨려
내 긴 머리카락마다
과즙이
흐르고
감당 못한 꿈이
이따금 무겁게 떨어지는 소리뿐인
서리 내리는 가을날.
밤을 지새며
별과 흙과 나무들과 얘기하며 살았었지
열정의 등걸채 긁어먹는 벌레들
충만의 속살을 쪼아대는 까마귀 떼
오- 태풍이
불어
익기도 전에 모두 떨어지고 만
풋사랑을 안고 울던 나.
나는 옛날에 과수원 지키던 사람
이제 다시
싱싱한 이슬이 마지막을 익혀줄
과수원으로
돌아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