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아이와 나비

이강기 2015. 9. 2. 09:09
아이와 나비

 

        - 박원환

 

아이 옷은 노오란 물 뚝뚝 떨어지는 장다리 꽃
꽃신 안에서는 이슬 소리가 난다.

늦잠 자는 나비의 이불 속으로 아이는
그물을 펼치어
한창 꽃가루 속에 누운 나비 꿈은
아이의 보석바다.

아침이 환한 목소리로 나비들을 깨운다.
풋 햇살 파도치는 장다리꽃 그 바다 위로, 바다 위로
유리실 알알이 꿴 나비꿈을 목에 걸고 수부가 된 아이.

아무리 잡아도 저 나비 날개를 달고 나를 수 없다는 슬픔
아이의 눈엔 노을 빛 이슬이 가득 고인다.
나비날개를 하나씩 뜯어 햇살에 비춰본다.
날개 속에는 얼음 궁전
흰 공작이 옷을 펼치는 뜨락이다.

오- 지금은 성년의 아침
날개 뜯긴 나비들의 목멘 풀룻소리 들린다.
아이의 울음소리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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