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내 낡은 요술경 속에는

이강기 2015. 9. 2. 09:11

내 낡은 요술경 속에는

 

          - 박원환

 

풀잎치마 입은 자주빛 요정
옆집 뒷집 산동네 지붕 모두 징검다리 놓아
너무 큰 날개 달고 날아갔던 그 하늘나라가
은 도르래 타고 내려오는 내 낡은 요술경 속에는
어머니 비단 헝겊보 이야기 무지개 선 숲 속
거대한 악기의 신비로운 현이 쓸어 내리는 소리

언제나 환각의 불빛 환한 그 푸근 꽃 피어나는
청유리 세계는
마술 보자기처럼 펄럭이는 검은 하늘
극락의 풍경소리, 캄캄한 토담 뒤에 숨은 수수께끼들이
깊은 산 속 산울림처럼 깃발 흔드나.

고기 잡던 그 강을 눈물처럼 적시던
해돋이와 일몰들이
번쩍이는 금관악기를 울리며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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