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빈 집

이강기 2015. 9. 2. 09:12

빈 집

 

     - 박원환

 

여기는 흰 옷 입은 당신이
크고 작은 나를
청남빛 여름자락 덮어주며
나직한 금강경으로 잠재워 주시던 집

당신은 언제나 청동풍경 처마 아래
저녁 빛 미소

목화 따던 세월 이랑 이랑
백팔염주 심으시며
아침마다 동창 열고
합장하시던 구리빛 손

아직도
내 추운 그믐밤마다
촟불 갈아 밝히시니

가슴 깊숙
허리 굽은 당신 치성들
무성한 햇빛 이고 서 있다.

지금은 다 떠나온 집
먼지 쌓인 문마다
소리소리 부르짖는 바람
가을이 강물 흐르는 뒷 대밭
달밤같은 부엉이 울음.

 


'故友 朴元煥 遺稿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제 - II  (0) 2015.09.02
야행기  (0) 2015.09.02
내 낡은 요술경 속에는   (0) 2015.09.02
눈(雪)  (0) 2015.09.02
아이와 나비   (0) 2015.09.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