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희선생의 일진회 활동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치십니까?
이세천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도 책을 더 읽고 시야를 좀 더 넓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답신 감사합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정치분석가님의 자상한 말씀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사실은 두 분에게 동시에 손병희 선생에 대한 질문을 드리려다가 아무래도 이 선생님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계시기 때문에 이 선생님에게만 드리기로 했습니다.
손병희 선생에 대해선 초등학교 때부터 민족대표 33인의 맨 첫머리에 오르는 분이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치신 분으로만 배워 왔습니다. 어디선가 얼핏 친일적인 활동도 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습니다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 분에 대해 쓴 책을 구해 읽어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근래에 TV에서 잠깐 충청도 어디를 소개하다가 깨끗하게 단장한 손병희선생의 생가를 본적이 있을 정돕니다.
그런데, 최근 외국인이 쓴 어떤 책에서 일진회를 매우 상세하게 다룬 것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걸 보다가 문득 손병희 선생을 어떻게 평가해야하느냐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선생님도 아시고 계시겠지만, 손병희 선생은 동학당의 지도자로서 송병준 이용구와 함께 일진회를 이끌었습니다. 일진회라면 1905년의 을사보호조약과 1910년의 한.일합방을 유도하는 대중운동을 벌인 매국적 집단이 아닙니까? 실제로 일본은 조선을 합병하면서도 조선민중의 여론에 상당히 신경을 썼고 대중봉기가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하여 지지까지는 아니라도 적어도 민중들의 중립화를 절실히 필요로 했는데 일진회가 이 역할을 톡톡히 해 낸 것입니다. 물론 손병희 선생이 이끈 동학당은 1906년에 일진회에서 탈퇴하여 천도교란 이름으로 순수한 종교운동으로 돌아갔고, 특히 손병희 선생은 그 후 3.1운동에 앞장서고 그 일로 인하여 옥사하였습니다.
저가 학교에 다닐 땐 손병희 선생의 일진회 활동에 대해선 선생님들도 전혀 얘기해 주지 않았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선생의 그런 행적에 대해선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명인사들의 일제말기 친일행적에 대해선 미주알 고주알 까 발겨 매도하기를 서슴치 않으면서도 이상하게 손병희 선생의 초기 행적에 대해선 침묵을 지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광수나 최남선은 말기의 친일활동으로 비난을 받고 있는데, 손병희 선생은 초기에 친일활동을 한 것 같은데도 그것을 들추어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혹시 손병희 선생의 일진회 활동을 앞의 두 분의 친일활동과는 차원을 다르게 보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인생의 대미를 친일로 장식하느냐 반일로 장식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이 선생님은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며 또한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가르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아울러 한가지 더 질문을 드리면, 김영삼 전대통령 때 중앙청을 허물었는데, 그 점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중앙청 철거에 대해 저는 그 당시 반대의견을 적어 신문사에 보내기도 했고(실리지도 않았습니다만), 지금도 대단히 잘 못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의견을 듣고싶습니다.
이강기 드림
(2000년 3월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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