飜譯글

시험받는 "아시아적 가치"

이강기 2015. 9. 15. 19:32

시험받는 "아시아적 가치"

 

 

 

(이 글은 홍콩의 민주당 총재인 Mr. Martin Lee가 98년 1월 18일자

 

뉴욕타임즈지에 기고한 글을 옮긴 것임.)

좀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일본제외)에서 가장 큰 투자은행의 회장이었던 필립
토스(Philip Tose)씨는 "아시아적인 가치"로 일컬어져 온 것에 대한 가장 열렬
한 신봉자의 한 사람이었다. 아시아 경제 부움이 한창이던 1992년, 토스씨는
"강력한 정부 - 일부에선 독재라고 불렀겠지만 -"가 이러한 "급속한 경제성장"
을 가져오게 했다며 강한 정부에 대한 칭찬에 정신이 없었다. 그로부터 5년 남
짓 만에 홍콩에 본사를 둔 그의 Peregrine Investment Holdings사는 바로 그가
칭찬해마지 않던 강력한 정부 가운데 하나인 인도네시아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바람에 파산을 하고 말았다.

 

비단 토스씨 만이 국민과 유리된 정부를 그들의 "효율성" 때문에 감탄을 보낸
것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인 국가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인도와 필리핀과 같은 민주적인 국가들의 "비효율성"을 조롱한 재계
지도자들은 아시아에서도 서구에서도 많이 있었다.

 

인도네시아가 지금 아시아 금융위기로 가장 타격을 크게 받고 있는 것은 우연
이 아니다. 철권통치로 가족을 앞세워 돈벌이를 하고 있는 독재자, 시장의 힘
보다는 정실에 의지하는 투자자들, 그리고 책임도 상식도 결여된 금융관리를
하고 있는 관료들, 이래가지고도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간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1월 중순, IMF 압력으로 수하르토 대통령은 마침내 그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독점적인 특헤를 받아 경영하는 기업들을 해체하는 것을 포함해 경제적인 개
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아가 지금 받고있는 경제적인 응보와 인도네시아가 헤쳐가야할 비참한 앞
길이 "아시아적 가치"의 신화를 쉬도록 내버려 두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에 희
망을 걸어보자. 민주주의와 인권은 "서구적인" 개념이며 아시아와 아시아의
경제성장에 유해하다는 바로 그 "아시아적 가치"를 말이다.

 

지금 아시아 각지에서는 개방되고 책임을 질 줄 아는 정부가 경제개발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이 점점 그것을 요구하기 시작하고 있다.

 

아시아의 금융 폭풍을 가장 잘 견뎌낸 나라들은 민주적인 나라들 - 대만, 필
리핀, 그리고 일본이다. 한국과 태국을 포함하여 회복의 길로 들어서고 있는
나라들은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부패한 지난 정권들을 내 던져버리고 나서야
회복이 가능해졌다.

 

아시아 위기에서 배운 첫번째 교훈은, 국민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는 정부
는 시장 개방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금융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필요한 금융
기관 정리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두번째 교훈은 정실, 이른바 커넥션은 절대로 법치를 대신할 수 없다는 점이
다. 인도네시아, 태국 및 중국의 통치자들이 외국인 투자와 그들의 주머니에
줄을 대고 있는 일부 기업인들이 창출한 부에서 이익을 취해 온 것을 알게 된
것이 이토록 충격적일 수가 없지 않는가?

 

미국과 서방은 아시아의 흔들리고 있는 권위주의적 정권들로 하여금 경제적인
구조개혁뿐 아니라 본질적인 정치적인 개혁도 동시에 추진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민주적이고 책임지는 정부의 필요성을 진단하는데 실패하면
오직 더 극심한 경제적인 고통만 가중시킬 것이다. 

'飜譯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시아 금융위기 세계를 위협하다  (0) 2015.09.15
역풍, 아시아 경제  (0) 2015.09.15
서구적 가치와 아시아 위기  (0) 2015.09.15
동 아시아의 기적은 끝났는가?  (0) 2015.09.15
일본 금융혼란의 내막  (0) 201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