飜譯글

역풍, 아시아 경제

이강기 2015. 9. 15. 19:34

역풍, 아시아 경제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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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에서 탈나기 시작
2. 공장과잉 생산과잉
3. 인프라정비에 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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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혼게이자이, 97. 7. 19-21)

 

1. 금융에서 탈나기 시작

태국에서 시작되어 동남아로 확대돼가고 있는 통화불안은 소비감퇴와 설비투자의
위축등 실물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외자도입에 따른 수출산업 육성
으로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그것이 새로운 외자를 끌어들인다고 하는 아시아의 성
장 사이클은 그간 능력 이상의 일을 해 왔던 "금융"에서 탈이 나기 시작했다. 아
시아에의 자금 파이프가 막히기 시작한 것이다.

태국 석유공사 산하의 상장기업인 PTTEP가 발행하기로 계획한 엔화 기준 외채(사
무라이채)가 허공에 뜨고 있다. 태국경제 악화를 걱정한 인수업자가 금리면 등에
서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한데다, 7월 2일의 바트화 절하로 발행이 아예 어렵게 된
것이다. 태국 기업들을 위한 신규 국제협조융자도 사실상 중지되고 있다. "환률
리스크가 높아 주요 은행들이 대출에 신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후지은행 싱가
폴 지점 말).

통화동요의 파급은 싱가폴에도 미쳐, 싱가폴 달러가 7월 18일, 2년 반 만에 하락
했다. 태국 바트화 위기는 경상적자에 빠져있는 필리핀, 말레이시아에도 비화돼
양국 통화도 동요하고 있다. 하지만 싱가폴은 경제의 기초적 조건은 동남아에서
도 가장 튼튼해, 바트위기의 영향이 경미할 것이라고 금융관계자들은 믿고 있었
다.

동남아에 비해 외자 의존도가 낮은 한국의 원화까지도 7월 15일 이후 계속 매각되
고 있다. 한국 제 2위의 자동차 메이커인 기아그룹의 경영파탄이 이날 표면화 된
데다가, "경상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일부 금융기관들이 경영불안에 빠져 있는 태
국과의 유사성을 시장에 연상시켜 줬기 때문"(한국 금융당국자 말)이다.

아시아 각국은 투자나 무역면에서 서로의 연결고리가 깊어져 있다. 그것이 하나의
성장 원동력이 되기도 했지만, 바람이 거꾸로 불게 되면, 아시아 전체를 휩쓰는
폭풍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아시아는 [외자기업 진출 -> 수출확대 -> 고성장 -> 외자기업진출] 이라고 하는
사이클을 타고 성장해 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96년에 동 아시아(일본 제외)에
유입된 민간자금은 1천 87억 달러였다. 이는 5년전의 5배의 규모로 발전도상국 전
체의 45%를 점하고 있다. 글로벌화가 촉진되고 있는 가운데, 선진국들의 잉여자금
이 아시아로 몰려들어, 그 동안 필리핀등 일부를 제외한 각국은 5-10%의 고성장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그러한 사이클을 유지하는 데는 통화의 안정이 전제돼야 한다. 통화가 절
하할 우려가 있으면 외자는 평가손을 걱정하여 투자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태국 바트화가 제일 먼저 표적이 된 것은, 경상적자가 증가하는등 경제의 기본적
조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며, 미 달러화 연동의 환률관리로 무리하게 강세를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시장관계자들이 다음으로 투기의 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홍콩 달러화다. 홍
콩 달러도 미 달러와 연동하여 환률을 관리하고 있으며, 부동산 거품의 불씨를 안
고 있어 "언제까지 환률안정을 유지할 지 의문"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홍콩의 실물경제는 지금 현재로는 순조로운 편이다. 하지만 동남아와의 경제관계
가 심화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負의 연쇄"가 홍콩에도 파급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2. 공장과잉 생산과잉

태국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일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일제히 감산체제에 돌
입했다. 도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의 현지법인은 레이오프를 실시했다. 7월 2일
부터의 바트화 절하로 태국경기가 급냉하고 시장이 더욱 축소될 것으로 판단한 것
이다. 업계 예측으로는 97년 연간 판매대수는 46만대로 6년만에 마이너스 성장이
며 96년대비 20% 감소한 수치다. 통화동요가 마침내 실물경제에 파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자동차 메이커 각사는 95년까지의 버블경기하에서의 수요신장을 전제로 지난 해까
지 생산능력증강에 몰두해 왔다. 게다가 GM과 포드도 태국에 진출, 태국의 자동차
업계 전체 생산능력은 99년에는 연간 100만대에 달해 완전히 공급과잉에 빠지게
된다.

한국의 자동차 업계도 공급과잉으로 고심하고 있다. 최근 제 2위인 기아자동차의
경영이 어려워진 것도, 라이벌 메이커들과의 증산경쟁으로 시설증강을 추진해 온
데다가 수익원인 국내시장의 성장이 둔화되었기 때문이다. 20 - 30년전까지 농업
국이었던 아시아 각국은 투자러시로 "공장 과밀증가"라는 고민을 안게 된 것이다.

동남아는 외자의 적극적인 도입에 의해 급속한 공업화에 성공했기 때문에, 주로
국내자본을 육성하여 성장한 한국이나 대만에 비해 공업화의 템포가 훨씬 빨랐
다.

하지만, 외자의존으로 성장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외자에 의한 계속적인 설비투자
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실력이상의 高통화정책이 필요해 진 것이다. 동남아의 많
은 국가들이 인플레로 실질적인 통화가치가 떨어졌는데도 투자평가손을 염려하는
외자를 계속 불러들이기 위해 미 달러화와 연동시켜 자국통화의 교환 레이트를
유지해 왔던 것이다.

한국이나 대만이 성장의 초기단계에서 실력이하의 환률을 적용, 수출 드라이브로
경제성장을 실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동남아 각국의 계획은, 외자계 기업들의 수출확대로 경상적자를 해소하여 통화의
실력을 쌓아간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않았던 상품의 공급과잉상태를 맞
은 것이다. 각국이 일제히 동일한 산업을 육성했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끼리의 경
쟁이 격화된 것이다.

D램 반도체는, 90년대 초부터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국세가 생산능력을 확대했고,
동남아에서도 외국 기업들이 너도 나도 반도체 공장건설에 뛰어 들었다. 96년의
D램 가격의 폭락은 필지의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TV나 VTR등은 아시아가 세계 총 생산량의 90% 전후의 쉐어를 보이고 있다. 말레이
시아나 태국이 일대 생산거점으로 육성되었고, 중국도 뒤따라 설비증강에 뛰어들
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여지는 없다. 석유화학이나 철강등
의 대형 프로젝트도 각국에서 저마다 추진하고 있으며, 동남아는 비교적 신규분
야인 소재산업에서도 벌써부터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태국의 타논 재무장관은 7월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회견에서 "변동환률제
이행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통화불안요인이 되었던) 경상적자문제가 개선돼 갈
것"이라고 말했다. 양적인 확대에 의한 아시아의 급성장에 적신호가 켜진 지금,
그의 전망이 과연 적중할 지 의문이다.

3. 인프라 정비에 암운

아시아의 통화동요는 눈앞의 경기를 감속시키고 있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의 발목을 잡아 끌 요인이 될 것 같다. 각국은 그간 고도성장을 유
지하기 위해 민간자금을 활용, 성장의 최대 장애요인인 인프라스트럭쳐 정비에 나
서고 있었는데, 여기에 금융불안이 직격탄을 날려 청사진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
다.

"운수.통신부, 호프웰사를 비난". 최근 태국신문애 이러한 기사들이 보이기 시작
했다. 홍콩 기업인 호프웰사의 현지법인이 民活방식으로 수주한 방콕의 통근철도
건설이 크게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한 기사다.

호프웰사는 약 300억 바트(약 10억 달러)를 투자하여 3개 노선, 약 60Km를 건설,
2001년까지 영업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태국국철과 계약을 맺었는데, 자금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되고 있다. 계약 파기를 슬쩍 슬쩍 내 보이는 정부측과 비꺽거리며 교
섭이 계속되고 있다.

"아시아 인프라 사업의 유력기업"으로 대접받아왔던 호프웰사가 예기치 않게 어려
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금융시스텀의 불안으로 고민하고 있는 현지
은행들이 자금제공을 단절한 경위가 있다. 民活 인프라는, 20-30년의 사업기간을
통산하여 수익을 확보하는 장기사업이기 때문에 경제의 안정과 성장이 투자의 필
수요건이 됨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아시아 각국은 지금 도로나 항만, 통신, 전력, 상하수도등 인프라 부족으로 성장
의 저해되고 있는 단계에 와 있다. 성장 초기단계에서는 인프라가 비교적 정비돼
있는 수도권이 기업투자를 흡수했다. 그러나 점차 수도권이 인건비가 상승하고,
공장을 건설할 부지도 모자라게 되었다. 새로운 투자를 지방으로 확산시켜야 하겠
는데, 급성장한 국가들이 아직 지방까지 인프라정비를 했을리가 만무한 것이다.

미 휴렛 패커드사는 인도에 계획하고 있던 잉크제트 프린터공장 건설을 단념했다.
도로와 항만정비가 불충분하여 원자재나 제품의 수송에 불안을 느꼈기 때문이다.
미 인텔사도 인도정부의 투자인가는 받아놨지만 같은 걱정 때문에 투자실시를 미
루고 있다.

세계은행 추산으로는 95-2000년 사이에 중국, 한국, 동남아제국연합등 아시아 18
개국에서 1조 5천 90억 달러 상당의 인프라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들 국가들에 대한 정부개발원조(ODA)의 유입액은, 연간 100억 달러에도 미
치지 못한다. 더욱이 ODA에 대한 역풍이 강해 아시아 각국의 정부지출을 보태어도
필요액의 10%도 안된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지난 해 11월의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회의(APEC) 필리핀 회의에서 라모스 대통령
은 각국 각료외에 500명을 넘는 선진국 경제인들도 초청하여 "APEC은 비지네스"
라고 호언장담했다. 수뇌선언에서 강조한 "경제 인프라의 강화"를 위해 민간의 자
금과 노하우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의 통화동요로 투자에 신중한 자세가 불가피해졌다."(아시아개발은행
간부 말)는 말이 나온 것은 경제의 기초인 통화의 "안정신화"가 깨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성장하는 곳에 자금이 몰리고 그 자금이 성장을 가속시킨다고 하는 순환법칙으로
윤택해 진 아시아였지만, 인프라가 부족하게 되면 그 순환이 붕괴될 가능성도 높
아진다. 아시아 각국 정부는 목전의 인프라 정비에 다급해지게 됐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