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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 경제위기(2)

이강기 2015. 9. 15. 21:39

이코노미스트지가 본 동아시아 경제위기(2)

 

 

위기의 원인 - 암초위에 놓인 경제

 

 

 

마하티르 모아메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그의 나라의 지나친 고도성장에 대한
비판에 대해, "물이 불으면 암초에 부딛칠 위험을 없애준다."는 옛 격언을
인용하며 반박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와 다른 타이거 경제국들은 그런 정신
으로 밀어부쳐왔다.

 

그러나 그 홍수는 이제 와서 보니 또한 많은 상처를 주었고, 특히 암초에 걸
린 금융부문 같은 문제점들을 감추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러 부문에
여러가지 다른 타격을 입혔지만, 그기엔 몇가지 공통요인들이 있었다.

 

동아시아 전 지역을 통해 미래의 성장에 대한 기대가 무모하게 컸던 바람에
외채를 두려워하지 않고 마구 끌어들였다. 많은 자금이 투기적인 부동산 투
자나 과잉 산업시설 증설에 탕진됐다. 또한 달러 고정환률과 단기외채에
대한 과도한 수요의 운명적인 결합이 외국 은행들로부터 엄청난 부채를 짊어
지게한 원인이 되었다.

 

그 결과 일어난 금융 거품은, 부적절한 금융규칙과, 은행과 기업과 정부와의
가까운, 때로는 부패한 연결고리로 인해 더욱 부풀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연결고리, 소위 정경유착은, 돈을 빌리는 쪽과 빌려주는 쪽 둘 다에게 여차
직하면 정부가 나서서 도와 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

 

맨 처음 쓰러진 타이거는, 한동안 경제지표들에 붉은 점멸등이 깜빡거렸던
태국이었다. 그러한 경제지표 가운데서도 가장 우려되었던 것이 국제수지
적자액이 GDP의 8%가 되어 금융의 대부분이 단기차입에 의해 유지되고 있
는 점이었다. 달러와 바트화가 고정환률로 묶여 있다는 것(85년 이후 이러
한 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을 알고 있는 은행과 기업들은 그들이 국내에
서 차입하는 것 보다 월등히 싼 이자로 달러표시 외자를 무진장으로 끌어
들였다.

 

태국의 외국은행 차입금은 93년에 290억 달러에서 97년 중반까지는 690억 달
러가 되었으며, 1년도 채 안된 기간에 무려 70%가 늘어나고 있었다. 요직에
있는 태국 은행원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금융부문 회사들로부터 거액의 사례
금과 함께 내미는 요구조건들을 들어주다 보니 그나마 제구실을 못하던 금융
규정들은 더욱 유명무실해져 버렸다.

 

대부분의 다른 동아시아 통화들 역시 어떤 방법으로든 달러화와 연결돼 있
었다. 이것이 큰 잘못으로 밝혀졌다. 그 바람에 외국 자금을 겁없이 끌어들
일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뿐 아니라, 고정환률제로 중앙은행이 (외자에 기반
한) 지나친 국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이자률을 올릴 기회도 갖지 못하게 만
들었다.

 

그래서 경제가 과열되었고 더 많은 수입을 유발시켰다. 그런데 95년과 97년
사이에 달러화 강세로 엔화가 50%나 절하되었고, 엔화에 비하면 동아시아
각국 통화는 자동적으로 크게 절상된 셈이 되었다. 기업들은 경쟁력이 떨어
져 수출성장률이 둔화되고 국제수지적자가 확대되었다.

 

투기업자들에게 있어서 태국 바트화는 좋은 먹이감으로 보였다. 태국정부는
하락을 막아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허사로 끝났고, 97년 7월 마침내 두 손
을 들고 시장시세에 맡겨두는 수 밖에 별 도리가 없게 되었다. 바트화는 그
후 40%나 폭락했다.

 

환률 무방비상태로 인한 그러한 폭락은 지금까지 그토록 "저렴해 보이던"
외국환 표시 부채가 갑자기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크기로 밀려오게 되었
다. 당연한 일이지만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빠져버렸고, 은행들을 빚투성
이로 만들어버렸다.

 

기업들이 과연 차입금을 갚아낼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감이 증폭되면서 외국
자본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리고, 정부의 외환준비고도 바닥을 드러냈다.
마침내 태국은 IMF에 헐레벌떡 달려가 무릎을 꿀지 않을 수 없었다.

 

<> 유행성 독감에 걸린 동아시아

 

사태가 이렇게 되자 외국 투자가들은 동아시아 타 지역에 대한 그들의 투
자를 꼼꼼하게 되챙겨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도 태국처럼 형편없게 허약하다는 것을 새삼 발견했다. 고정환률, 부동산
담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취약한 금융 시스텀, 갚을 묘안도 없는
거대한 단기외채, 비지네스와 금융거래에서의 일반적인 투명성 결여등이
어찌 그렇게도 태국의 경우와 닮았나 싶어 소스라치게 놀랄 지경이었다.

 

급기야 위기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한국으로 확산되어 통화
와 주식시장을 사정없이 유린했다.

 

한국에선 정치가 개입된 융자 때문에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 수십년간
정부는 은행들을 산업정책의 도구로 삼아, 경제를 중점적으로 육성할 필
요가 있는 부문에 싼 이자로 융자하도록 은행에게 지시했다. 기업들은 필
요하다면, 정부가 나서서 구제금융을 베풀어주리라고 기대해 왔고, 그러
한 기대 때문에 그들은 망설이지 않고 마구 빌려대고 마구 투자해대고
했다.

 

한국의 은행들과 기업들은 또한 자유롭게 외국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싼 이자로 외자를 "마음대로" 빌릴 수 있게 되자, 빚투성이 재벌들은 지나
치게 많은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 해 갔다.

 

예를 들어 닛트와 내의로 돈을 번 쌍방울은 오스트리아 스타일의 스키 리
조트 시설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가 빚에 쪼들려 쓰러졌다. 지난 한 해에
8개의 대형 재벌이 파산하는 바람에 국내은행들을 엄청난 액수의 악성채
권만 가진 빈털털이로 만들고 말았다.

 

96년 말 30대 재벌의 평균 부채비율이 400%였는데, 이는 미국의 70%와 좋
은 대조를 이룬다. 수출이 둔화되고 원화가치가 폭락하자 기업들은 더 이
상 그들의 외국 채무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외국은행들은 부득이 단기외채를 차환(새 론을 일으키는 방법으로 기간연
장)해 주지 않을 수 없었고 한국을 디폴트의 가장자리로까지 몰고가 마침
내 IMF가 구제하러 달려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최근 97년 6월 시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
이 외국은행에 진 부채는 GDP 비율로 따져서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보다
적었다. 하지만 단기외채는 동년 6월 시점에서 외환 보유고의 3배나 되어
이 지역 다른 어느 국가들 보다 높았다. 지난 해 12월, IMF의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에는 그것이 14배나 되었다.

 

역시 IMF에 구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인도네시아는 처음엔 훨씬 좋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난 여름만 해도 외국은행과 IMF 및 월드
뱅크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근본적으로 활기에 차 있
으며, 태국문제와 같은 위험에 빠질 염려가 없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왜쟈하면 국제수지적자가 적었고 환률도 광대역으로 자유롭게 오르내림을
허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인도네시아는 아시아에서도 가장 문제점이 많은 나라가 되
어있다. 채무자와 채권자 사이에서 중간역할을 하고 있는 Lax 뱅킹 수퍼
비젼이 조사해 보니 실제 외채는 당초 GDP의 35%에서 140%로 껑충 뛰었으
며, 대부분의 인도네시아 은행과 기업들은 현재 사실상 파산지경에 있다.

 

간단히 말해 모든 타이거 경제국들은 지나치게 싼 이자돈 때문에 타격을
받은 셈인데, 그것을 효율적으로 배정하고 관리하는데 실패한 금융 시스텀
에도 책임이 있다. 은행들은 신용부문에 대한 철저한 검토도 없이 사적인
관계에 의존해 거액을 대출했으며 정부가 항상 뒷감당을 해 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위험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았다. 은행 감독원은 좋게 말 해
무능했고, 나쁘게 말해 부패했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및 한국에서 반제가 불가능한 채권이 총 은행 융자의 20 - 30%
에 달한다.

 

아무튼 타이거 경제국들의 결점에 관한한 세계 금융시장은 거의 확실히 과
잉반응을 보여온 감이 있다. 태국 바트화,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한국의
원화 및 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는 그들의 구매력과 비교하면 현재 달러에
대해 30% 에서 60%까지 평가절하돼 있다.

 

그러나 외국 투기자들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비록 지난 해 7월, 헷지펀드
(미국 투자신탁조합 자금 - 옮긴이)가 바트화에 대한 첫 공격에 나섰지만,
결국 바트화를 가장 많이 매각한 쪽은 국내 기업들이었다. 그들은 외국은
행들이 차환을 안해줄 경우 차입금을 갚아야 할 달러가 필요했든가, 혹은
환률이 더 떨어질까봐 조금이라도 바트화가 비쌀 때 빚 갚을 외화를 장만
해야겠다는 절망적인 생각에서 그런 행동을 했던 것이다.

 

왜 투자은행들과 국제 금융관련 연구소의 고급 월급쟁이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러한 위기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했을까? IMF는 바트화가 붕괴되기 1년전
부터 태국에 몇번 경고를 했지만 태국정부는 그것을 무시했다. 크레딧 리요
네즈의 짐 워크씨와 페레그린 보험의 마크 맥팔런트 같은 몇몇 이코노미스트
들은 비상 벨을 울려댔지만 사람들은 그들이 너무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으로
생각했었다.

 

실제적인 단기외채 금액이 불투명한 계산으로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에서 (위
기를 사전에 감지 못한) 국제 이코노미스트들은 위안을 받아야 될 것같다.
예를 들어 97년 가을 한국은 650억 달러의 단기외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
각됐다. 그것이 지금은 1천 억 달러가 넘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전감지를 못했던) 진정한 이유는, 타이거경제국들이 급성장을 할 때 외국
은행과 투자자들이 해당 정부가 발표하는 수치에 애써 의문점을 갖든가 경고
를 듣기 싫어했던 것이 아닌가싶다. 그들은, 3년전 멕시코에서의 경우처럼
돈벌이에 정신이 팔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꼼꼼히 챙겨볼 생각을 안했
던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