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자음의 몇 가지 특징
이 돈 주(전남대 명예교수)
<國文 抄錄>
Ⅰ. 서 언
어느 언어를 물론하고 직접차용이든 간접차용이든 외래어가 들어와 장기간 쓰이게 되면 자국어의 음운체계에 따라 원음이 변하는 것은 언어의 일반적 속성이다.
한국 한자는 중국에서 수입한 외국 문자이다. 그런데 한자는 다른 문자와는 달리 한 글자마다 반드시 字形?字義?字音의 3요소를 갖춘 점이 특징이다. 이 중에 자형과 자의는 중국과 다름이 없을지라도 자음만은 양국어의 음운체계가 다르므로 발전과정에서 상호 차이를 보이게 되었다. 즉, 수입 초기에는 중국어음과 상사한 면이 많았겠지만 한국어의 음운체계에 동화함으로서 이른바 독자적인 한국한자음 체계가 성립된 것이다.
본고에서는 한중한자음을 비교함으로써 그 차이점의 일부를 밝히고 그 원인이 무엇인가를 고찰하여 보는 데 목적을 둔다.
Ⅱ. 한국한자음의 형성과 특징
한국한자음의 진정한 모습은 표음문자인 ??훈민정음??의 창제(1443)와 더불어 최초로 저술된 ??동국정운??(1448刊)을 통하여 확인할 수가 있다. 이 운서는 세종 당시의 현실 한자음을 중국 운서를 바탕으로 바로잡으려는 목적에서 편찬되었다. 신숙주는『동운??의 서문에서 당시 한국한자음의 특징을 빚어낸 변인을 매우 소상하게 지적하였는데 그 내용을 들면 다음과 같다. 즉 어리석은 스승이나 선비들이 ⑴ 반절법을 모르고 ⑵ 자모와 운모의 분류방식도 몰라서 ⑶ 혹은 글자꼴이 상사하여 한 음으로 하고 ⑷ 혹은 선왕의 휘자를 피하여 다른 음을 빌며 ⑸ 혹은 두 글자를 합하여 하나로 하고 ⑹ 혹은 한 음을 둘로 나누며 ⑺ 혹은 다른 글자를 빌고 ⑻ 혹은 점이나 획을 가감하며 ⑼ 혹은 중국한음에 기대고 ⑽ 혹은 우리말 음을 따라서 ⑾ 자모와 칠음, 청탁, 사성이 모두 변하였다.
이 중에 ⑴~⑽은 15세기 중엽의 한국한자음을 중국 운서의 반절음에 비추어 볼 때 이른바 俗音이 발생한 요인에 대한 문제이지만 ⑾항은 한중 양국어의 음운론적 차이의 문제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신숙주가 지적한 사항을 덧붙여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① 원래 중국음에서 무성유기음 [k‘-]로 발음되던 자음(字音)이 우리 한자음에서는 대부분 무성무기음 [k-]로 발음되고 있다(溪母之字 太半入於見母).
② 원래 중국음에서 [k‘-]음으로 발음되던 자음이 더러는 [h-]음으로 발음되는 것도 있다 (溪母之字 或入於曉母).
③ 국어음에서는 [k‘-]음이 많이 쓰이는데 한자음에서는 오지 ?(쾌)자가 있을 뿐이다(國語 多用溪母 而字音則獨?之一音而已).
④ 설두음과 설상음의 구별이 없다.
⑤ 순중음과 순경음의 구별이 없다.
⑥치두음과정치음의구별이없다(如舌頭舌上,脣重脣輕,齒頭正齒之類,於我國字音,未可分 辨).
⑦ 우리 한자음에는 유성음인 전탁음[b, d, g] 등이 없다.
특히 ④~⑥은 한·중 양어간에 존재한 음소 목록의 차이를 말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위에 제시한 11개 항의 내용을 낱낱이 예증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중한자음을 비교여 볼 때 한국한자음의 성립 과정에는 크게 보아 다음 세 가지 요인이 있었음을 검토하여 보고자 한다.
⑴ 본래의 중국 한자음이 한국어의 음운체계와 그 변화에 수반해서 일어난 역사적 변화로서의 내재요인(內在要因).
⑵ 텍스트로 이용된 중국측 운서 체계에 맞추어 한국한자음을 교정코자 한 인위적 노력으로서의 외재요인(外在要因).
⑶ 한자 학습과정에서 타성이 빚은 과오와 유추의 요인(社會民俗的 要因).
# 예증 자료→中文 p. 參照.
Ⅲ. 예 증
3.1. 내재요인의 특징
3.1.1. 성모와 청탁의 차이
(1) 중국음운학에서 전통적으로 연용하여 온 소위 36자모는 ??광운??(1008)의 반절상자를 분석 귀납한 중고한음의 성모(초성)를 대표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위의 ④~⑥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국어의 음소목록에서는 비변별적인 것들을 통합한 결과 ??동운??에서는 23개 성모를 설정하였다. #中文 p. <표1> 참조.
(2) 그런데 이 성모들은 다시 전청, 차청, 전탁, 불청불탁 등 네 가지 변별적 음운자질(청탁)이 상호 대립관계를 보이고 있다.1) 전청:전탁은 [±voiced]의 차이인데, 전탁음을『동운??에서는 예외 없이 각자병서(ㄲ?ㄸ?ㅃ…)로 주음하였지만 이것은 텍스트로 이용한 중국 운서(고금운회거요:1297)의 청탁 틀에 맞춘 것일 뿐 당시의 한국 현실한자음에 변별적 기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하여 <표2>에서 예시한 바와 같이『자회??에서는 이들 전탁음을 모두 전청 또는 차청음으로 흡수 반영하였던 것이다2).
또 중고한음에서는[±aspirated]의 자질에 따라 전청:차청음이 대립하였는데 이는 현대한음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리하여 ??동운??에서도 중국운서의 차청음을 ‘ㅋ?ㅌ?ㅍ?ㅊ?ㅎ’의 초성으로 주음하였지만 당시의 실제음이 다 그런 것이 아니었음은 ??자회??의 한자음에서 확인할 수가 있다. 이러한 반영 현상은 고대한국어 이래의 음운사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즉 고대한국어에서는 차청음이 후기에 생성된 것으로 보이지만 본고에서는 논외로 한다.
중고한음(??광운??)의 41개 성모와 ??훈모자회?? 한자음의 성모 반영에 대해서는
#中文 p. <표2> 참조.
한 예로 다음의 설음을 보면 한중음의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母 |
例字 |
??反切 |
字?音 |
?代?音 |
中古?音 |
?代?音 |
端 [t-] |
打 ? 貂 鬪 ? |
都瓦切 都?切 都了切 都豆切 都?切 |
타t‘a 톄t‘i?i 툐t‘io 투t‘u ?t‘?iŋ |
타t‘a 체ts‘e 초ts‘o 투t‘u 당taŋ,쟁ts?ŋ |
tu? tieu tieu t??u t?ŋ |
ta(d?, da) ti(di) tiau(di?o) tou(dou) taŋ(d?ng), t??ŋ(ch?ng) |
透 [t‘-] |
湍 ? ? ? 眺 |
他端切 他?切 吐敢切 他谷切 他吊切 |
단tan 달tal 담tam 독tok 됴tio |
단tan 달tal 담tam 독tok 조tso |
t‘u?n t‘?t t‘?m t‘uk t‘ieu |
t‘uan(tu?n) t‘a(ta) t‘an(t?n) t‘u(t?) t‘iao(tiao) |
이상의 예에 대해서는 # 中文 p. <표2> 참조.
3.1.2. 운모의 차이
1. 開合과 음운배합의 차이
한중한자음을 비교할 때 운모의 차이는 매우 복잡하므로 본고에서는 다만 開合과 等韻, 入聲韻尾에 한정하여 언급하기로 한다.
(1) 중고한음에서는 성모의 종류에 제약이 없이 원순성의 介音[u/w]을 수반한 합구운모의 배합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한국한자음에서는 ?牙?喉?음과 약간의 齒音을 제외하고는 엄격한 제약이 있었다. 즉 舌音과 脣音 아래에서는 합구성을 상실하였다는 뜻인데 이 점 역시 한국어 음운배합상의 내재요인이라 하겠다. 반면에 중국 현대음은 순음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합구음을 유지하고 있다. 순음 아래에서 합구성이 상실되는 것은 순음 자체의 음성적 자질에 기인한다.
# 中文 p. 표 A. B. C 참조.
(2) 한중한자음의 변천과정에는 또 等韻상의 차이가 있다. 중고한음에는 핵모음으로서 1등운에 속한 후설저모음 [?]와 2등운에 속한 전설저모음 [a]가 변별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어에서는 두 음이 비변별적이었으므로 한자음에서도 모두 ㅏ[a]로 표음하여 현대음에 전승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어음은 이와 다르다. 開口1등운의 ?牙?喉?음자는 현대한음에서도 開口呼를 유지하고 있지만 개구2등운자는 14세기 이전에 기생모음(parasitic vowel) [i]가 발생한 결과 齊齒呼로 변하고 선행 성모에 영향을 미쳐 마침내 구개음화하였다.
# 中文 p. 표 참조.
(3) 入聲韻尾의 차이: 중고한음에는 입성운미 [-p, -t, -k]가 존재하였다. 그런데 중국 북방음에서는 이미 12세기 무렵부터 동요하기 시작한 듯하며 늦어도 13세기 말엽에는 -? 단계를 거쳐 마침내 탈락되고 말았다(k>?>ø). 이와 달리 한국한자음에서는 세종 당시의 현실음에서도 [-p, -k]운미는 여전하였지만 -t입성만이 [-t>-l]화한 점을 ??동운?? 편찬자들은 고민한 나머지 ?以影補來?법을 창안하게 되었다. 예: 骨 ·?[kol?] 八 ·?[pal?] 등.
# 中文 pp. 참조.
3.2. 외재요인의 특징
3.2.1. 중국어음의 영향
??훈몽자회??한자음에는 16세기 당시의 중국어음의 차입이 확인된다.
# 中文 p. 참조.
3.2.2.. 舌上音의 구개음화 현상
한국어음에는 설두음인 ?端?모[t]계와 설상음인 ?知?모[?]계가 비변별적이었으므로 ??훈몽자회??한자음에서도 예외 없이 ‘ㄷ?ㅌ’으로만 표기하였다. 그런데 1800년대 이전에 간행된 ??전운옥편??에서 설두음과는 달리 설상음계는 모조리 구개음화하였는데 이것은 중국어음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설두음계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1933)에서야 경구개음으로 표기하도록 규정하였다. 이와 달리 중국어음은 설두음계는 현대음에서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설상음계는 모두 권설음(retroflex)으로 변하였다.
# 中文 p. 참조.
3.3. 類推?訛讀의 요인
한자는 조자법으로 볼 때 形聲字가 거의 80%를 차지한다. 한국인들은 아마도 고대로부터 한자음을 익힌 과정에서 정확한 운서음을 확인하지 않고 형성자의 聲符音에 끌려 유추하거나, 혹은 字形이 상사한 관계로 와독한 결과 그것이 소위 한국한자음의 속음(관용음, 행용음)으로 굳어진 것이 많다. 필자(1997)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운옥편??에는 620여 자의 속음자가 실려 있다.
3.3.1 형성자의 성부음에 끌린 유추음
3.3.2. 자형의 상사로 인한 유추음
# 中文 pp. 참조.
Ⅳ. 결 어
이상에서 필자는 ??동국정운??을 위시하여 16세기의 ??훈몽자회??와 18세기에 간행된 한국 운서?옥편의 한자 표음을 참고하고 현대음에까지 반영된 한중한자음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한국한자음의 몇 가지 특징을 예시하였다.
졸고에서 지적한 내재요인은 세계 언어의 보편적 현상일 터이므로 이를 제외하면 한중한자음의 차이를 유발한 중요한 요인은 3.3.의 유추와 자음 상사로 인하여 발생한 이른바 한국한자음의 속음(관용음, 행용음)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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