懺
悔 錄 序 經濟學部 敎授 安 秉 直 (상대 57년 입학) |
停年이 코앞으로 닥쳐오니, 자꾸 지나간 날들이 回想된다. 짧다면 짧지만, 길다면 너무나 길었던
지난 30여년간의 교원생활을 뒤돌아 보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앞으로 남은 기간안에 지금까지 벌려놓았던 일들을 어떻게 마무리 할까 해서이다.
지난 일들중에는 내놓을 만한 일보다 감추고 싶은 일이 더 많다. 懺悔의 心情으로 이 글을 쓰지 않으면 眞實이 가려질 것
같다. 20대에 본교의 교원생활을 시작하면서, 靑雲의 꿈은 참으로 컸다. 나라의 잘못된 일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뜻은 지금도 나쁘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 뜻을 實現하는 方法이 옳지 못했던 것이다. 나라일을 바로 잡는다는 名目으로, 연구생활도 하고, 민주화운동도 하고, 노동운동도 하고.
그 때의 내 모습은 全人的 人格을 추구하는 傳統的 人間像임에 틀림없었다. 대학에서 스승으로부터
근대적 職業倫理에 관한 강의도 듣고 거기에 공감하는 바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으로 또 한국경제사를 전공하는 자로서 經世濟民의 낡은 학문관을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 결과 禁慾的 직업윤리에 의한 自己統制는 뒷전으로 밀리고, 생활은 한없는 立身出世의 욕망에 이끌려갔던
것이다. 그러했던 가운데서도 오늘날의 나의 생활이 스스로에게도 이상하리 만큼 안정을 찾고 있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제 나이도 들만큼 들고, 기력도 다소 쇠해졌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간에 한국사회의 발전방향이 점점 명백하게 됨으로써 그것에 대한 나의 인식이 크게 整理된데에 힘입은 바 크다. 적어도 나에게는 한국사회의 발전전망에 대하여 이제는 더 이상 懷疑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따라서 나의 삶의 방향도 뚜렷하고 現實的으로 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내가 소속되어 있는 韓國經濟史學界와 서울대학교 經濟學部의 학문적 분위기도 서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젊은 연구자사이에서는 오로지 연구에만 沒頭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대개 國際一流저널에 논문을 몇 편씩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조금 불안한 것은 그들중 많은 사람들이 外國留學派라는 점이다. 우리 대학 스스로가 만들어 내지 못하는 硏究姿勢를 해외에서 배워오는 일은 奬勵해야 할지언정 조금도 깎아내릴 일은 아니다. 다만, 그 자세가 이 척박한 연구풍토에 定着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많은 難關이 있음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
그러나, 크게 염려할 것까지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이제 국내에서 대학원과정을 밟은 연구자중에서도 위와같은 硏究姿勢를 가지는 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제 한국사회도 그 발전방향을 점점 명백히 드러내고 있고, 그 속에서 생활하는 자들도 종전과는 다른 삶을 영위해가려고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종래와 같이 全人的 人間像을 추구하는 자들이 아니라, 자기 專攻을 통하여 전체에 봉사하는 새로운 人間像을 추구하는 자들이 많이 출현되기를 苦待해마지 않는다.
그러면, 이러한 가운데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懺悔만으로서 충분한가? 과거에 해놓은 일은
별 것이 없지만, 그러나 하다가 버
린 쓰레기들을 뒤져보니, 그중에서 몇 점인가는 살릴 만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아무튼 살려가고 싶은
것은 한국근대경제사를 經濟成長史的 視角에서 정리하는 일이다. 이 분야는 計量經濟史의 主舞臺이므로 나와 같은 制度史硏究者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연구주제이기는 하지만, 기성연구자가 부족한 우리의 실정에서는 나같은 사람이라도 나서지 않으면 이 분야의 연구는 당분간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한국이 中進國에서 先進國으로 移行하려는데 있어서, 이 분야에 관한 연구는 必須不可缺하다. 왜냐하면, 그 연구는 과거 1백년간의 한국경제성장의 경험을 計量的으로 정리하는 것이며, 이러한 經驗的 資料를 토대로 해서만이 과거의 經驗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未來에의 展望을 올바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연구는 數10年의 기간을 두고 數10名의 연구자가 數100億의 연구비를 가지고 수행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연구프로젝트는 또 한국에 있어서의 경제학연구를 정착시킬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媒介項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이 일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성공시켜야 한다.
이제 얼마 남지않은 연구생활은 이 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데 專念할까 한다. 이 생활이 과거의 잘못된 생활에 대한 진실한 참회가 되기를 빌면서...
'學術, 敎育'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 - 광복 60년의 '사실주의'와 '교과서 바로쓰기' 운동 (0) | 2015.09.19 |
---|---|
<뭔지 좀..> 초가집은 과학이다 (0) | 2015.09.19 |
마키아벨리의 정치사상(연구논문) (0) | 2015.09.19 |
교과서 집필 방향과 내용(1) - 1876~1905년 시기, 개항과 근대국가의 태동 (0) | 2015.09.19 |
교과서 집필 방향과 내용(2)- 1905~1945년 시기, 일제의 조선 지배와 조선사회의 구조적 변화 (0) | 2015.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