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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의 쇠락 - Financial Times

이강기 2015. 11. 1. 12:32

제조업의 쇠락

 

- 이젠 물건을 만들어서 돈을 벌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

 

(Financial Times)
오늘날 세계 주요 제조업자들에게 그들의 경영활동 중 가장 큰 변화를 물어
보면, 한가지 대답이 튀어나올 것이다. 즉, 그들은 그들이 만든 제품의 가격을
조정할 힘을 잃었다는  것이다. 지난 여러 해  동안 그들은 제품가격을 그
전년 수준으로 낼 수가 없었다. 해마다 그들은 오직 버티기 위해 새로운 효율
성을 내느라 스스로를 쥐어짜야만 했다.

그러한 점을 뒷받침할만한 확실한 증거가 있다. 예컨대 공장 문을 나서는 영
국 제조상품 가격이 계속 내려오고 있는 기록이 그러하다. 올 들어 11월까지
0.8%가 떨어진 것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이 기록을  시작한 40년이래 가장 큰
하락이다. 선진국 전체를 통해 제조상품 가격이 떨어지고 있으며, 가장 극적인
하락현상을 보이고 있는 곳은 제조업 대국으로 가장 잘 아려진 일본과 독일이
다.

여기에는, 원자재 가격을 1970년대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린, 점점 더
확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경향을 생각할  수 있겠는데, 부분적으로는 디플레
이션 탓도 있겠지만, 그러나 다른 가능성도 있다.

과거 2세기 동안 선진국들은 자체에서 일어난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왔다.
비록 200년 전에는 농업이 모든 나라의 생산과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한데 반
해 지금은 농업이 이 양 부문에서 아주 미약한 포션 밖에 차지하고 있지 못하
지만, 식량생산은 계속 잉여상태를 보이고 있다. 소수의 사람들이 옛날 보다
더 작은 면적의 땅에서 더 많고 더 싼 농작물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제조업이 농업의 경우처럼 소수의 사람들이 소수의 공장에서 인류가
쓰고 남을 상품을 생산해 낼 수 있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다. 제조기술이 지금
처럼 세계화 돼 있으면 누구도 영구적인 이익을 올릴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제조업이 농업과 같은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징조가 보이고 있다. 첨
단 선진국들에선 국가 수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의 약 5분의 1
밖에 되지 않으며 그마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생산품의 부족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가격에 대비해 판단하면 공급이 수요를 웃돌고 있는 것
이다.

이렇게 되는 이유 중 하나를 거시경제면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베
테랑 제조업체들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 - 말하자면 1950년대에 - 세계는 한가
지 본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상품은 부족했고 메이커들은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채찍질을 해댔다. 그들은
소비자들이 선택의 여지가 적었기 때문에 겉만 번지르르한 싸구려 물품들을
마구 만들어낼 수 있었다. 소비자들이 열심히 제품을 사주는 한 효율성이나
과잉고용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러한 일은 두 가지 특별한 상황을 통해 올 수 있었다. 첫째는 2차 대전으로
인해 상품 생산이 크게 줄어들었고, 소비자들이 상품을 이용하기에 불편이 없
을 정도의 공급수준이 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둘째로, 이것은  더 중요한 것인데, 2차대전후 경제정책의 최고 목표가 충분한
고용에 모아졌다는 점이다. 이것은 수요를 부추기는 효과를 가져왔고, 아울러
비효율적인 작업을 통해 상품공급을 하게되는 족쇄가 되었다.

그것은 또한  인플레이션을  부추겼다. 그러나 이때부터는 여론도 반전되어
1970년대 말에는 산출량을 중시하는 풍조가 생기게 되었다. 산업 규제가 철폐
되고 민영화가 일반화되었으며, 무역장벽이 제거되고 높은 실업률이 필요악으
로 용인되었다.

본질적으로 이러한 정책 전환은 제조업자들에게 많은 압력이 되었지만, 그들
또한 제조업 자체에서의 혁명적인 변화를 위장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최초이며 가장 두드러졌던 것이 lean manufacturing이었다. 2차대전 후 일본에
서 개발되고 1980년대에 미국에 전파된 이 lean manufacturing은 결함제거와
재고축소 및 생산라인의 순응성을 높임으로써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동시에 중요한 것은 정보기술의 적용에서 오는 변화였다. 컴퓨터가 생산에는
물론 프로세서를 표준화하고  성문화하는데 사용되었다. 이러한 것들은 기업
사이 내지 지역 사이를 동시화 시킬 수 있게 되었다.

세계시장의 개방과 결합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생산과정이
전달되든가 복제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량이 쉽사리 조절될 수 있었다. 기본
생산품은 생산가가 싸게 먹히는 신흥개발국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그러한 과
정이 점점 일반화돼 가자, 첨단기술들이  지역을 불문하고 경쟁회사들에 의해
서 신속하게 복사됐다.

지금 일부에선 또 한차례의 변화, 소위 말하는 agile manufacturing이라는 것
이 산업계를 다시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이론은 영국 Brunel 대학의 만수르 사르헤디 교수에 의해 정립된 것이다.
그는, lean manufacturing은 금세기 초 수공업에서 대량생산체제로 바뀜으로서
생산성에서 큰  획을 그은  것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ean
manufacturing은 어떤 의미에선 융통성이 없다. 그것이 재고의 여지를 남겨두
지 않음으로서, 수요가 늘어날 때 즉각적인 대처를 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것에 대한 우려는, 갑자기 전쟁이 발발할 때 급히 필요한 무기를 생산
해야 할 방위산업에서 우선 표면화될 수 있다.

그래서 나온 것이 agile manufacturing인데 이것은 90년대 초 미 정부의 격려
속에서 최초로 개발됐다. 본질적으로 이것은 정보기술을 이용하여 lean ente-
rprises를 비공식적 제휴 속으로 꿰매는 것이다. 만약 어떤 한 부문에서 수요가
폭발하게 되면, 전체적인 시스텀으로 보아 불경기를 타고 있는 부문을 활성화시
켜 대처한다는 것이다.

협동과 경쟁의 이러한 결합은 오늘날 관리 이론가들에게 큰 경종이 되고 있
다. 이 이론의 제안자들이 주장하는 민첩성(agility)은 제조업의 미래 그 자체
가 될 것이다. 그들은 에어버스사를 예로 들고 있는데, 비틀거리는 출발을 한
이 연합체(에어버스사는 영.독.불.스페인 항공기제작회사들의 연합체임)가 지금
은 전통적인 회사 조직을 가진 미국의 보잉사를 훨씬 능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agile manufacturing은 아직 요람기에 있다고 이 이론의 제안자들은 말
하고 있다. 이제 마악 개발단계이기 때문에 그것은 전체적으로 제조업의 수명을
새로 더 늘리게 할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들은, 모든 기업들이 아직도
lean manufacturing에 사로잡혀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제조업체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아직 제도상에서 많은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처럼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
렇다면 agile 시스텀 내에서 포착할 수 있는 여분의 케퍼시티가 없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까?

텔레비젼 수상기 제조업자들에게서 한가지 불안정한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세
계에서 가장 큰 TV 세트 메이커들은 대부분 아시아에 있으며, lean manufacturing
에 전념하고 있다. 수년동안 그들은 명목적인 조건에서 그들의 제품가격의 안정을
유지해 왔으며, 한편 모든 종류의 새롭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특징들을 추가하면서
그들 서로 서로가 즉각적으로 다른 회사의 것들을 베끼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계
속 돈을 버는데 실패하고 있다.

그 뿐이 아니다. TV 세트 공장이나 PC 모니터 공장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여
러분들은 다른 메이커들의 이름으로 된 박스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공장
생산력의 유연성과 네트워킹을 통해 각 메이커들은 다른 회사의 생산의 부족
분을 메꿔주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이미 민첩성(agile)을 발휘하고 있지만, 그
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제조업자들이, 마치 현재 농부가 전체 노동력의 2-5% 밖에
되지 않는 것처럼, 경제의 가장자리를 가고 있는 신세가 되고 있다는 것을 의
미하는 것일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실질적인 포인트는 다르다.  즉 제
조과정만 따로 분리해서 생각하면, 수익 고리에서 점점 덜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카콜라를 예로 들어보자. 이 회사는 시럽 제조업체로서 출발하여 지금은 브
랜드를 관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이 회사가 시럽을 만들고
있는 것 같은 신비감을 들게 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시럽을 만드는 일을 다른
회사들에게 별 상업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도급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제너럴 일렉트릭(GE)은 수년 간 계속 제품가격을 내리면서 수
익 마진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 이것은 부분적으로 관리효율을 높인 결과이다.
더 중요한 것은 GE가 그들의 항공기 엔진, 터빈 및 의료 스케너의 바이어들
에게 모든 종류의 서비스를 베풀어왔다는 점이다. GE는 점점 더 제조업에서
보다는 서비스업에서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TV 세트 제조업자들이 골치를 앓고 있는 것은 그들이 중간에서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들은 브랜드 창조에 실패했으며, 또
한 고객들이 AS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관념을 갖지 못하게 만
들어버렸다.

비록 그러한 상황에서도 더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워윅 대학의 Kumar
Bhattacharyya 교수가 지적했듯이 TV 세트의 제작 논리는 계속 제작비가 더
싼 나라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TV는 가격이 어떤 나라의 공장에서도 만들지 못할 수준으로 떨
어질 것이며, 공장이 들어 선 곳은 어디서나 파산될 수 있을 것이며, 새로운
모델에 대한 투자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러한 경우에 아직도 제품을 원
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마지못해 돈을 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조건에서 생각하면, 획일적인 제품 - 메모리 칩,  마이크로웨이브 오븐
및 아마도 일부 특정 타입의 자동차까지의 메이커들에  대한 장기적인 전망은
의심할 나위 없이 밝지 못하다. 아직도 조제업자들이 돈을 벌 수 있는 무한한
여지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제조업 자체로부터 돈을 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1998.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