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鄕 17

이름에 얽힌 이야기

이름에 얽힌 이야기 명(命)이 길어진다는 점쟁이 말을 좇아서 낳자마자 강기리(광주리)에 담아 시렁에 잠깐 얹어 놓는 바람에 아명(兒名)이 "강기"가 됐다. 이런 별난 출생의식(出生儀式)을 거친 아이가 우리 마을에서 둘이 있었고 따라서 "강기"란 이름의 아이도 둘이 되었다. 그래 어른들이 구별하기 쉽도록 한 아이는 동리 위쪽에 산다 하여 "웃 강기", 다른 아이는 아래쪽에 산다하여 "아랫 강기"로 불렸다. 나는 "아랫 강기"였다. 어릴 땐 이 "강기"란 이름이 얼마나 듣기 싫었는지 내 또래들 중 누가 나의 "민적"(호적) 이름을 뻔히 알면서도 "강기야" 하고 아명으로 부르면 대 답도 잘 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이 담긴 정겨운 이름이건만 그 땐 왜 그렇게도 천해 보이고 듣기 싫었..

故鄕 2015.09.16

벌초

벌초 잡초가 키대로 자란 한여름에 기차나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 문득 차창 밖 산비탈에 산 뜻하게 손질해 놓은 무덤들이 눈에 들어 올 때면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진다. 고향 산자 락에 지금쯤 필시 잡초에 묻혀있을 조선님들의 산소가 생각나서다. 사시사철 저렇게 알뜰하게 무덤을 손질하는 자손들도 있는데, 일년의 절반 정도를 잡초 속에 방치하다가 추석 벌초마저 멀리 있다는 핑계로 참여하지 못하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르지 않고 벌초행사에 참여했었다. 명당자리를 찾느라고 그랬는지 몰라도 윗대의 산소들은 한결같이 고향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산의 정상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그 고초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음력 8월 초순이면 아직도 한낮의 뙤약 볕은 여름 폭양 못지 않은데 ..

故鄕 2015.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