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나무

이강기 2015. 9. 2. 08:54

나무

 

   - 박원환

 

나는 잊어버렸다.
오렌지꽃 향 가득한 오정
여름의 광채를 입고
왁자히 웃던 날들을-

지금
별 총총한 밤하늘처럼
가슴에 눈뜨는 기억.

겨울에 발 담근 채 하늘을 바라보는
나무 한 그루 서 있다.

푸르른 잎새
새들의 노래가 꽃비처럼 쏟아져
아- 가지 휘어지도록 즐겁던 열매
나는 잊어버렸다. 잊어버렸다.

다만
가슴 속 쓸쓸히 서 있는 벗은 나무 한 그루
그 무성하던 여름이 떠나갔음을 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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