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유리마을(2)

이강기 2015. 9. 2. 08:56

유리마을(2)

 

          - 박원환

    1

곡마단 징소리
쑥 캐러 다니던 언덕 아래
무상한 날개 달고 속삭여 주던
중국 마을은 토종 벌통 같았지.

은화 쌓인 겨울 밤
종소리, 만국기 불타는 모란밭
나는 환상의 배를 타고
멀고 먼 나라 야경을 보았지.

떨렁 떨렁
달나라 요령 울리는
붉은 비단 무대 위 이국 아이들
휘황한 종이꽃 향기 싣고 다가오는 불빛

햇볕에 비춰본
잠자리 날개 속 유리성 숲에
금강석 눈이 내린다.

펄펄 내리는 황홀한 슬픔
낡은 악기 속에서 흘러나오는 저녁 광채여.

   2

시퍼렇게 머리 풀고 우는 대밭
맨발로 울부짖으며 따라가던 소낙비

아화응 어화응
흰 옷자락 휘날리며
극락가는 깃발

우루루 어둠이 몰려다니는 보리밭 속
비밀한 열쇠소리 쩔렁대는
도깨비 불빛에

검은 솔밭이 서로 소리쳐 부르고

캄캄한 들판 저쪽
진혼가 부르는 종이등불 따라
푸른 육신 흙에 묻고
유령되어 떠나는 저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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