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무제 - I

이강기 2015. 9. 2. 09:16

무제 - I

 

     - 박원환

 

언제나 안개 낀 숲 속
보이지 않는 새소리처럼
고독과 열정에 불면 하던
나의 청춘
가을이 열화처럼 쏟아지는 은행나무 아래 주저앉아 웃고 있다.

그 때 내가 알던 사람들은
모두 늙어가고
또 이미 세상을 떠나버려
더욱 황량하고 황폐한 것 같으나
촉수 높은 불빛에 비친 오늘도
먼 훗날 어떤 빛을 발하며
내 생의 보석함에
어떠한 보석이 될까

비릿한 꿈 다가오는
선창가에
무수히 떠 있는 이국의 배들처럼
오늘과 내일이
내 내면의 바다로
돌아오고 떠나던 내 신화는 바다에 뜬 야시장

일꾼들이 무겁게 지고 오는 과일 쏟아지는 소리 가득한 마당
온 동리 한 광주리씩
가을을 나누던 날
나는 신의 뜻대로 청실홍실 인연 묶어
야생초 같은 내가

둥지를 틀고
푸성귀 같은 어미 되어
아침마다 까치 소리 식탁에 담고

깁고 기운
꿈자락 또 기워
오늘도 저 매연 가득한 하늘에 연을 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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