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友 朴元煥 遺稿詩
무제 - I
- 박원환
언제나 안개 낀 숲 속보이지 않는 새소리처럼고독과 열정에 불면 하던나의 청춘가을이 열화처럼 쏟아지는 은행나무 아래 주저앉아 웃고 있다.
그 때 내가 알던 사람들은모두 늙어가고또 이미 세상을 떠나버려더욱 황량하고 황폐한 것 같으나촉수 높은 불빛에 비친 오늘도먼 훗날 어떤 빛을 발하며내 생의 보석함에어떠한 보석이 될까
비릿한 꿈 다가오는선창가에무수히 떠 있는 이국의 배들처럼오늘과 내일이내 내면의 바다로돌아오고 떠나던 내 신화는 바다에 뜬 야시장
일꾼들이 무겁게 지고 오는 과일 쏟아지는 소리 가득한 마당온 동리 한 광주리씩가을을 나누던 날나는 신의 뜻대로 청실홍실 인연 묶어야생초 같은 내가
둥지를 틀고푸성귀 같은 어미 되어아침마다 까치 소리 식탁에 담고
깁고 기운 꿈자락 또 기워오늘도 저 매연 가득한 하늘에 연을 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