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낡은 요술경 속에는 내 낡은 요술경 속에는 - 박원환 풀잎치마 입은 자주빛 요정 옆집 뒷집 산동네 지붕 모두 징검다리 놓아 너무 큰 날개 달고 날아갔던 그 하늘나라가 은 도르래 타고 내려오는 내 낡은 요술경 속에는 어머니 비단 헝겊보 이야기 무지개 선 숲 속 거대한 악기의 신비로운 현이 쓸어 내리는 ..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눈(雪) 눈(雪) - 박원환 쏟아진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유리 구슬들이 쏟아진다. 얼음 나라 음악이 들리고 날 빛 찬란한 수정꽃 새벽 피어 눈부시다. 죄 하나도 부끄러운 이 맑고 환한 아침나라 어제의 무지개를 들치면 온 몸에 돋아 나는 생각의 비늘 오 - 비늘 하나마다 설레이는 새벽의 얘기소..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아이와 나비 아이와 나비 - 박원환 아이 옷은 노오란 물 뚝뚝 떨어지는 장다리 꽃 꽃신 안에서는 이슬 소리가 난다. 늦잠 자는 나비의 이불 속으로 아이는 그물을 펼치어 한창 꽃가루 속에 누운 나비 꿈은 아이의 보석바다. 아침이 환한 목소리로 나비들을 깨운다. 풋 햇살 파도치는 장다리꽃 그 바다 ..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나는 옛날에 과수원 지키던 사람 나는 옛날에 과수원 지키던 사람 - 박원환 몰려오는 짓푸른 여름이 황금빛 사과향 터뜨려 내 긴 머리카락마다 과즙이 흐르고 감당 못한 꿈이 이따금 무겁게 떨어지는 소리뿐인 서리 내리는 가을날. 밤을 지새며 별과 흙과 나무들과 얘기하며 살았었지 열정의 등걸채 긁어먹는 벌레들 충..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2월 2월 - 박원환 남색 명주 목화솜 저고리 같은 햇볕 옹기종기 툇마루에 앉아 눈 덮인 용마루 떨고 선 감나무 가지 까치소리 헤아리면 푸른 유리조각으로 비춰 본 고드름 씹는 하늘 안 구름 너머 새 꽃신 씻는 뺨 붉은 봄이 한없이 연 날리고 서 있다.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새벽 바다 새벽 바다 - 박원환 젊은 날 가슴에 뭉클거리던 말 불면이 그물 던지고 던지어 아직도 단 한마디 건지지 못한 바다 청동색 바다 뿌리 뒤흔들던 태양의 냄새 시퍼런 생명들 부르는 소리 지금도 그 바다를 나서면 물새소리 파도소리 푸덕거리는 목선이 된다.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포도주 시음일 포도주 시음일 - 박원환 안녕하셨어요? 저녁 음악이 흐르고 촛불이 있는 포도주 시음일입니다. 제가 예전 그대로라니요 그 때는 여름빛나는 처녀였지요. 축배를 듭시다. 너무 철철 넘친다고 하지 마세요. 우리는 이미 철철 넘치며 살고 있는 걸요. 아니, 넘쳐서 떠내려가고 있어요. 이 포..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강변마을 찻집 강변마을 찻집 - 박원환 오늘은 다이아몬드 반지를 끼고 봄빛 옷을 입고 당신을 만나러 가겠어요. 아침 음악이 빗속에 젖던 갈대숲 그 찻집으로. 창을 뒤흔들던 빗줄기 흐미한 촛불하나 우리는 조용히 노래불렀지요. 포도주에 취한듯이. 사방은 달콤한 물안개 갈대밭 속을 걸으며 풀룻을 ..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휘파람 새는 어디 있나 휘파람 새는 어디 있나 - 박원환 날마다 네게 줄 편지 귀절을 생각하며 한 다발 붉은 장미 말리는 나는 시퍼런 빗줄기 쏟아지는 강가에 누워 어딘지 알 수 없는 휘파람 울음소리 듣는다. 젖은 숲 속 프리즘처럼 빛나는 언어가 바람에 흔들리고 미루나무 아래 머리카락 날리며 노래 부르는 ..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
과수원 과수원 - 박원환 창고 속에서 아버지의 검붉은 목소리가 들린다. 금새 산이 되는 과일 쏟아지는 소리 어슬렁대는 개들과 과육의 쓰레기 사다리 위 처녀들 웃음과 노랫소리 어떤 가지에는 따다 만 것도 있을 것이다. 찔리고 상한 것 가지채 꺽여온 것들은 온 동리 아이들 단물 줄줄 흘리며 .. 故友 朴元煥 遺稿詩 2015.09.02